매거진 아기와 나

사람 하나 고양이 두 마리

머릿속 생각 오만 마리

by 윤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잘하지도 못하는 거 붙들어서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든 지 근 이 주째.
뭐라도 써보겠다고, 해보겠다고 의자에 앉다가도 아 몰라,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부끄러워 쓰지도 못하겠다.
그래 봤자 누가 본다고.


베이비타임 babytime, 자주 들어가지는 않지만 가끔 누군가의 글을 읽기 위해 들어가는 어플이다. 원래는 아기의 밥과 잠을 체크하는 어플인데 사이드에 각자의 일기를 남기는 공간이 있다. 처음엔 아윤이 또래 아이들의 발달 상태를 살펴보러 들어갔던 게 이젠 그 한 사람의 일기만을 위해 들어간다. 그 기록은 가끔 세네 줄이기도 하고 또 드물게는 끝나지 않을 듯 한참 이어지기도 한다. 개월 수를 봤을 때 아윤이보다 몇 달 먼저 태어난 돼지띠 친구 같다. 정말이지 그 사람의 문장들이 어찌나 좋은지 모른다. 몇 줄의 글로 환희에 젖게 한다. 작고 조용한 촛불 같은 환희.
난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전할 수 있을까.


새벽까지 이어진 오랜만의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재밌게 쓰라'는 말을 들었다. 자기 검열이 심하다는 말이었다. 좀 더 본능이랄까 감정을 담으라는 말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가. 내가 그랬던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생각해 봤다. 어쩌면 그 노잼이 이유일지 모른다.
얼마 전 공모전에 낸 에세이가 떨어지고 브런치의 구독자가 늘지 않는 이유는 다 그것일지도 몰라.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 주제에 내 글엔 그게 빠져 있다니 한심하군. 하긴 생각해 보면 계속 신세한탄만 써오긴 했지. 등 푸른 새벽까지 이어진 대화처럼 끊길 생각도 없이 자책이 옅게 섞인 사색이 길어지고 만다.
이래서야 지금 쓰는 이 글도 재밌게 쓰기는 진작에 글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왜.
몇 개의 의문사가 머리에 오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러면 넌 어떻게 할 거야?


한 해의 시작에 마음먹는 목표처럼 결론은 늘 그렇듯 하나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테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쓰고 싶은 말을 쓸 것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딱 그 정도 크기와 두께의 백지와 펜을 든 사람이다, 나는.

승산이 없어도 꾸준히 배트를 들고 천 번 만 번 휘젓다 보면 한 번쯤은 홈런을 칠 수도 있지 않을까. 치다가 치다가 나만의 요령이 생기지는 않을까. 또 혹시 재미없는 경기라도 누군가는 구장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라도 홀짝이며 바라봐 주지 않을까.


결국 또 태평한 마음이 되어버리고 만다.
에라, 모르겠다. 사람 하나 고양이 두 마리 기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뭐.
포르르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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