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닮은 단어

이 모든 순간을 닮은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by 윤신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가 만난 순간,

잠의 경계에 들어설 때면 아기 고양이처럼 이불을 쪽쪽 빠는 네 모습,

단조로운 리듬 속 가끔 낮게 터지는 너의 코고는 소리,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한 걸음을 내딛는 퇴적의 총합,

창 너머 비치는 빛 한 다발 아래 마주 보는 웃음,

네 이마에 송글이는 땀을 닦는 순간 살갗에 닿는 기분 좋은 선풍기 바람,

말의 형태가 아닌 서로만의 언어,

물이 가득 찬 욕조 속 이어지는 장난과 웃음소리,

텅 빈 공간을 야금이며 채워가는 알록달록한 장난감,

내 손가락 길이보다 작던 발에 신겨지는 금빛 신발,

그 신발이 딛는 너의 첫 땅,

치즈를 먹을 때 명랑하게 벌리는 네 작고 이쁜 입술,

지친 하루의 끝 내 품으로 파고드는 네 따뜻한 숨,

그 한없는 위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1시간 1분 1초 가운데 찰나,

네가 훌쩍 커버린 파란 여름밤,

두 팔 가득 안기는 달큼하고 폭신한 살결,

흰 식탁 의자 아래 대롱거리는 12cm의 두발,

천천히 밀려드는 바닷물과 붉은 하늘이 뿜어대는 여름 이른 밤의 공기,

그날 우리의 산책.



이 모든 '순간'을 닮은 단어가 하나씩 있다면 좋겠다.

그 단어만 떠올려도 우리의 한순간이 달이 차오르듯 가득해지면 좋겠다.

빛에 반사되어 무수히 반짝이는 물결처럼 내 안에서 언제까지고 찰랑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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