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후-후! 후-후!

짜증과 떼와 '시여!'의 삼단 콤보

by 윤신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

열이 점점 오른다고 했다. 붉게 상기한 볼에 부은 얼굴, 따끈한 이마가 떠올랐다.

다행히 팔 벌리고 맞이한 아이의 표정은 밝았다. 열도 조금씩 내려 37.5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아이의 코에선 말간 콧물이, 동그만 이마에선 열내가 일었다. 아이의 짜증과 '시여!'도 뭉게구름처럼 모락모락 피어났다.



원래도 사는 건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호의만으로 자라다 잠시 어긋나기도 하고 삐뚤어지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사회의 틀에 속하게 되는, 그러다 결국 다시 약해지는 보통의 삶. 갈변한 잎처럼 모든 생을 태운 듯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노인의 얼굴. 그 얼굴을 향해 각자의 모양으로, 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향하는 보통 사람들.



하루에 백 번은 싫어! 를 외치는 아이의 이를 닦이고 밥을 먹이는 게 오늘처럼 버거운 날은 어찌할 수도 없는 선택과 상황 속에서 무력해진다. 나도 아이처럼 온 얼굴에 힘을 잔뜩 찡그린 채 울고 싶어 진다.

으아아앙. 주로 이런 날은 내 몸의 상태도 좋지 않은 날이다. 그러니 '엄마는 아프지도 못한다'고들 하겠지. 어깨에 쌓인 피로와 몸속에 머무는 호르몬을 살살 달랜다. 아이가 잘 때까지만 힘내. 그러면 상으로 '고요'를 선물해 줄게.



그러다 아마 짜증과 떼와 '시여!'의 연속 콤보로 잠시 머리가 멍해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을 때였을 거다. 그리고 두 번의 깊은 호흡을 한 뒤였을 것이다. 가슴 가득 마신 숨을 뱉으며 살갗이 옷의 면에 닿는 감촉을 감각하던 중, '후! 후!'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고 작고 도톰한 손으로 제 얼굴을 어설프게 감싸고 나를 따라 아이가 숨을 뱉고 있었다.


후- 후! 후-후! 후 -후!


나의 긴 숨과 아이의 짧은 숨이 엇박으로 이어지고 손가락 틈새로 마주친 서로의 눈은 반달 모양이 되었다. 풋, 푸하하하.

어린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정말 틀린 말 하나 없네. 요 귀여운 것. 이런 엇박자는 고단한 삶의 응원가쯤 되는 걸까.



아이는 조금 전 평소보다 늦게 잠에 들었다.

아직 콧물은 햇살에 녹은 고드름처럼 똑똑 떨어지지만 다행히 열은 떨어졌다. 참 다행이다. 어른도 열이 나면 머리가 어지러워 세상만사 다 싫은 법이니까. 곤히 자는 아이의 이마를 쓸어내린다. 아이의 땀이 기분 좋게 손바닥에 스며든다. 아이의 열도 내 손바닥에 다 스며들기를.



나도 이제 그만 짧은 스트레칭을 하고 잠에 들어야겠다. 내일은 아가와 함께 일어나자마자 핫 코코를 마셔야지.

아마도 비가 그친 뒤 생리가 올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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