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어제로의 여행

내일을 기약하는 최고의 준비 자세란

by 윤신

잠깐의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와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하게 바짝 마른빨래를 갭니다. 육지와 연결된 이십 킬로에 가까운 다리를 건너는 동안 밀물과 썰물이 보이고 동네에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이곳으로 말이지요.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섬에서 산다던데 이 곳은 문자 그대로의 섬이라는 사실에 웃어버립니다. 난데없는 웃음에 곁에서 놀던 아윤이도 쌀알처럼 흰 이를 드러내고 웃어요. 작고 네모진 모양에 조금씩 사이가 벌어진 치아들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웃는 사이 외롭고 고립되던 마음이 조금의 메타포도 들지 않은 순수한 섬島으로 옮겨집니다.

다시 섬 속의 일상입니다.



엄마 집('친한 뜰'이라는 뜻의 친정은 아무래도 입에 붙지 않습니다)에 다녀온 일은 수많은 어제로 여행한 것과 같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즐겨 걷던 길을 산책하고 익숙한 공간을 가고 엄마 밥을 먹고 단 낮잠을 자는 어제들로요. 어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내내 나와 함께하던 나의 반보다도 작은 사람이겠지요. 같이 친구를 만나고 좁은 길을 걷다 지나가는 할머니와 인사하고 길가의 초록 대추를 따서 함께 먹던 작은 사람이요. 참, 사자 모양의 문고리가 달린 파란 대문 건너 백발의 할머니가 오도카니 물고기를 보는 걸 따라 함께 보기도 했습니다. 정오의 빛이 아기의 손톱만큼 작은 물고기의 비늘을 반사해 반짝 반짝이며 물속을 헤엄치고 파란 하늘만큼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뺨에 닿고 지나갔습니다.



엄마 집에서의 일주일은 책을 읽지도 펜을 쥐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었거든요. 언어 기호를 읽기보다 소리 내고 듣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눈을 마주치거나 가만히 숨 쉬는 비언어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도 일주일은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고 나니 아쉽고 아깝기만 하거든요.

하지만 어제란 모두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알알이 보낼걸, 다른 선택을 할 걸 후회하는 지나가버린 시간 말입니다. 저마다 흘려보낸 혹은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 어제라는 시간들. 그렇지만 기억하려 합니다. 우린 그때마다의 최선을 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땐 차선을 택하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요.



이번의 어제 여행도 그렇습니다.

좀 더 사람을 순간을 공기를 밤하늘을 바람을 나무를 골목길을 해지는 도시를 가득 담았어야 하는데, 그리울 때 꺼낼 수 있는 수정구슬처럼 둥글게 둥글게 뭉쳐놨어야 하는데 싶지만 그 모든 순간과 감정이 최선 혹은 차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이야말로 다음을 기약하는 최고의 준비 자세 아니겠어요.



섬에도 밤이 깊어갑니다.

모두의 어제와 지금이 더없이 안온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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