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굶주리던 시뻘건 진창의 입

by 윤신


세 사람이 모여 시간을 말합니다

누구에겐 잊히고

누구에겐 놀랍고

누구에겐 익숙한,

그러나 그들이 빠진 진창 같은 것이었습니다​


몸은 자꾸만 빠지고

입으로는 진흙이 들어오고

손은 꼼짝 할 수 없이 무겁던 시뻘건 진창의 입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 뒤꺼풀의 반짝임은 꿈

본 게 없다면 없었던 일인가요

간신히 발바닥에 남은 흙의 흔적이 증언합니다

-있었으나 잊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지났으나

같은 시간을 살지 못했던 세 사람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시간은 그저 점으로 존재합니다​


언제일지 모를 오늘에 분명 그들은 입을 모아 가슴 한가운데 뚫린 진창의 늪을 향해 선선히 인사를 하고 그것은 밀물이 되었다가 하늘이 되었다가 숲이 되었다가 또다시

시간이 되었다가

안녕,

안녕,

안녕

세 사람과

세 개의

안녕이 지나간

굶주리던 시뻘건 진창의 입과

존재하였으나 사라져 버린 시간



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