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죽은 자리

by 윤신


넌 그렇다지

산성 알칼리, 과학시간에나 배웠을 농도로

붉게도 푸르게도 핀다지

그리고 난 그런

네 예민함이 좋다지

전신으로 빨아들인 알 수 없는 것들을

곱게 토해내는 네 그 성정이 좋다지


그런 너를

아마도 작고 우악스런 손들이

톡 톡, 무심히 꺾었을 때

환히 핀 네 꽃자락을 쥐어 비틀었을 때

네 뿌리는 잠시 같이 죽었을까

끊기는 얼굴의 숫자만큼 하나 둘 톡 톡,

잎은 같이 죽어줬을까


내가 복수해 줄까

그들의 손마디가 톡 톡, 우습도록 아주 쉽게

네게 한 것처럼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게

자그만 고개를 톡 톡, 떨구면

네 무덤의 편린 앞에서 그들은 웃을까 웃을 수 있을까


그래 맞아

모든 비극의 시작처럼

난 결국 아무것도 아닌 듯 네 자리를 지나치고 그들은 평생 너의 죽음을 외면한 채로 생기롭게 꺾인 얼굴을 모아 모아


다시 한번 웃다가


모든 것은 잊혀지고

너만이 부러진 가지를 움켜쥐고서

환희에 찬 너를 펼쳐 제단에 올리겠지


톡, 꺾어진 네 모가지의 무덤 자리 앞을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찬란하게 빛나겠지

무력한 불행에 그저 그저 몸을 비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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