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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May 19. 2023

낯선 새가 고양이처럼 울고


며칠 쉬이 내리지 않는 열을 안고

산으로 간다

열보다 위대한 너와 간다


낯선 새가 고양이처럼 울고

도마뱀은 재빨리 나무뒤로 숨어

저기 봐, 도마뱀이야

잘린 꼬리를 찾아 없는 길을 만들며

네가 발 디딜 때

나는 가득 좋아서

꼬리를 잘랐을까

아니 자르지 않았을지도 몰라

손뼉을 치고

아니 어쩌면

그건 도마뱀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달뜬 열을 뽐내며

까만 길을 다시 걷는다


앞에 누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쉬울까

아니야,

빈칸 없이 밟힌 길을 가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지

그러나 아직 이곳은 초입

모든 것의 시작이지

시작은 알 수 없는 것이지


네 말은 나를 위로하고

언제나

네 말은 나를 위로하고


오가는 사람 없는 곳에서 너는 키득이고

나는 고개를 꺾어 웃고

너의 언어는 그곳에 있었던 채로 사라지고

나는 열을 빵 조각처럼 조그맣게 뜯어 산에 뿌리다가

도마뱀일까 아니야

아직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새가 운다

고양이처럼

목을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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