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쉬이 내리지 않는 열을 안고
산으로 간다
열보다 위대한 너와 간다
낯선 새가 고양이처럼 울고
도마뱀은 재빨리 나무뒤로 숨어
저기 봐, 도마뱀이야
잘린 꼬리를 찾아 없는 길을 만들며
네가 발 디딜 때
나는 가득 좋아서
꼬리를 잘랐을까
아니 자르지 않았을지도 몰라
손뼉을 치고
아니 어쩌면
그건 도마뱀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달뜬 열을 뽐내며
까만 길을 다시 걷는다
앞에 누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쉬울까
아니야,
빈칸 없이 밟힌 길을 가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지
그러나 아직 이곳은 초입
모든 것의 시작이지
시작은 알 수 없는 것이지
네 말은 나를 위로하고
언제나
네 말은 나를 위로하고
오가는 사람 없는 곳에서 너는 키득이고
나는 고개를 꺾어 웃고
너의 언어는 그곳에 있었던 채로 사라지고
나는 열을 빵 조각처럼 조그맣게 뜯어 산에 뿌리다가
도마뱀일까 아니야
아직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새가 운다
고양이처럼
목을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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