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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3. 2023

자작은 무력한 공감이라서


마셔, 마셔. 어떤 술자리는 나만큼 너도 취해야 한다는 주취 평등을 외치고 또 어떤 술자리는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 혼자 연신 홀짝이는 경우도 있지. 아픈 너의 말이 내 것이 아니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술을 속으로 쏟고 취하는 수밖에 없다고,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하고



개별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들은 꼭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너의 것과 나의 것이 같지만은 않다는 게

다행이거나 슬프다고 이야기한다



꼬인 것은 갈수록 꼬여가고

엉킨 실은 잘라도 잘라도 다시 엉키고 말아

또 결국 마시다가

흔들리는 눈을 차마 바라보지도 못하다가



비가 온다더니 쌀알만 한 우박이 창문을 때리고 그제야 신기한 얼굴로 너는 창밖을 나는 너를 보다가

그래도 참 재밌지 사는 건 참 재밌지 그러면서 울컥 우박알갱이 같은 눈물을 쏟는 너를 보며

나는 마실 수밖에

내 것이 아닌 것을 위해 마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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