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글동글한 건 뭐야?
연분홍 바지에 핀 보풀을 보던 아이가 묻는다
작년에 산
한 계절을 버티지도 못하고 피어버린 싸구려 재질의 분홍 면을 보다가
떼어낼 거 버릴 거 가난한 거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바닥에 닿자마자 녹는 눈과
보드랍고 둥근 아이의 뺨
윗집에서 짖어대는 자그마한 개의 짖음
입안에 굴리던 잊어버린 이름
몇 번이나 깨어대던 어느 새벽
찰나처럼 스쳐간 영원의 것들을
바라보다가
응 그건 시간이야
그 바지를 입은 너의 시간이 그렇게 조그맣게 피어오르는 거야
작고 낮게 동글동글
아이는 보풀을 하나둘 떼어 내고 후-
방안에 날리고
결코 녹지 않는 연분홍의 눈이 나린다
어린 시간이 바닥에 닿는다
고요하고 다정한
시간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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