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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an 08. 2024

보풀


이 동글동글한 건 뭐야?

연분홍 바지에 핀 보풀을 보던 아이가 묻는다


작년에 산

한 계절을 버티지도 못하고 피어버린 싸구려 재질의 분홍 면을 보다가

떼어낼 거 버릴 거 가난한 거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바닥에 닿자마자 녹는 눈과

보드랍고 둥근 아이의 뺨

윗집에서 짖어대는 자그마한 개의 짖음

입안에 굴리던 잊어버린 이름

몇 번이나 깨어대던 어느 새벽

찰나처럼 스쳐간 영원의 것들을

바라보다가


응 그건 시간이야

그 바지를 입은 너의 시간이 그렇게 조그맣게 피어오르는 거야

작고 낮게 동글동글


아이는 보풀을 하나둘 떼어 내고 후-

방안에 날리고

결코 녹지 않는 연분홍의 눈이 나린다

어린 시간이 바닥에 닿는다

 

고요하고 다정한

시간이 멈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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