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by 윤신


도가니가 중요해

라고 그녀는 말했다

도가니가 뭐가 중요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나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나는

태연하게

우습도록 명랑하게


중요하지

넘어지면 일어나야 하잖아

튕기듯이 반동을 삼아서

도가니의

힘으로 투명하고 말랑한 그 힘으로 일어나야 하잖아

나이가

들면

그것도 힘들어

몸에 붙은 도가니에 힘이 없어서

마음에 붙은 도가니가 쓸 힘이 없어서 두 짝의 도가니가 다 망가져 버려서


그러니 뭐든 마구잡이로

도가니에 힘이 들어갈 때

넘어져도 일어날 힘이 있을 때

뭐든 해 그게 무엇이든

밀어닥치듯이

네 가슴이 아직 타오를 때

도가니를 믿고

그냥 해버려

몸이든 정신이든

오목한 도가니를 믿고

어쩌면 자신에게 쏟아내듯 말을 하는 그녀를 사각에 두고


아마도 나는

다 알면서 나는

귀엽다,

나를 전신으로 받칠 도가니가

제 몸을 갈아가며 나를 껴안을 도가니가

난해한 기억을 헤집어 꿈을 맥락을 비틀고

죽은 머리를 끌어올리는

그 작은 조각이 그저 귀여워

꺼내 핥고 안고 싶다 말을 하고

아니 생각만 하고

도가니를

생채기 투성이일 그곳을

쓸고 쓸고 가만히 앉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나는 아니

어쩌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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