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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Dec 12. 2023

언니네 고양이


언니네 고양이가 열아홉까지 살다가

삼 년 전에 죽었어요

그런데 언니는 아직도 울어요

사람들은 그만하면 분에 넘치도록 살았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기네스에 오르겠다 하는데

고양이의 까만 털이 생각날 때마다

그 아이의 꿈을 꿀 때마다

언니는 울어요

같은 곳에 점이 있는 고양이만 봐도 눈 끝자락이 벌게져서

아무도 모른다고

자기는 그 아이를 외롭게 만든 시간만 손에 쥐고 산다고

기네스에 오르려면

십구 년 하고도 사일을 더 살았어야 한다고

그건 배倍의 시간이니 분명 달랐을 거라고

밀어내던 침묵을 다시 끌어안았다가

아니 시간이 있었다고 달랐을까 다시 혼자 눈이 벌게져서 또 울어요          


나는 우는 건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기르는 고양이가 죽으면

아마 다시는 키우지 못할 거예요

아마도 다시는     


그러자 지금껏 한참을 듣고 있던

여자가 말한다

사람은요,

(부드러운 침묵)

사람은요, 사람을 보내고도 살아요

그러고도 살아요     


달싹이는 그녀의 두 손과 흔들리지 않는 깊은 동공을 바라보며 그러고도 사는 삶의 형태를 자국을 반복을 단속적인 울음을 망각불가의 기억을 동거를 웃음을 울컥임을 위안을 미련을 축적을 끝내의 침묵을 생각한다 고양이를 보내고도 고양이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보내고도 사람 속에서 사는, 문득문득 울고 문득문득 잊고 또다시 문득문득 우는,

그러고도 사는 그런 것들을.     


그렇네요

그렇겠지요

나도 따라 두 손을 꼭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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