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두워지니 달이 더 빛난다는 당연한 사실에 전율한다. 당연當然, 그 마땅히 그러한 것에. 십구 년 8月이 미처 지나기도 전에 내 내장 사이를 비집고 얇은 막에서 웅크리다 태어난 너를 사랑하는 것도 이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에게도 준 적 없고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사랑을 너에게 주고 너에게 받는다는 것도.
사랑, 그 흔하디 흔한 단어는 끝끝내 나의 사랑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래도 사랑해, 차마 다른 언어를 찾지 못한 고백은 반복된다. 불쑥 여름의 늦은 비가 내리듯, 잘린 풀의 냄새가 길가에 퍼지듯, 새로 다린 빳빳한 셔츠를 탁 하고 펼치듯, 유년의 기억이 가득한 꿈을 꾸듯, 사랑해. 안녕이라는 생활의 인사처럼 무심결에 그저 사랑해.
엄마- 아이 특유의 높은 음성에 언제나 고개를 돌리고야 마는 나는 까만 밤 손빗으로 네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나를 낳은 엄마에게 못쓸 생각도 한다. 나는 아윤이가 자라는 게 싫어, 그녀는 말했었다. 네 딸이 자라면 내 딸은 늙는 거야. 너는 나아가고 나는 멈춘다. 너는 자라고 나는 늙는다. 또 당연한 걸 잊고 있었다. 나의 엄마는 딸의 늙음을 서러워했다. 그녀에게 나 역시 어리고 푸른 꽃이었는데, 덜 익은 열매였는데. 내가 너를 생각하듯 그녀도 그렇게 나를 여겼는데. 나 역시 높은음으로 엄마- 엄마- 불렀을 텐데.
어느새 나도 늙고 나의 젊은 엄마도 늙고 있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말해진 사랑은 다른 색을 하고 다른 피부를 가진 채 너에게로 간다. 나의 사랑은 너의 사랑과도 내 어머니의 사랑과도 다르지만 슬픈 일은 아니며 그 역시 당연한 일임을, 지구가 태양을 등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고 그만큼 달이 희게 빛나는 것처럼 마땅히 그러함을 나는 안다. 너는 나아가고 나는 멈춘다. 너는 자라고 나는 늙는다. 괜찮다. 빛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간직하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다시없을 마땅히 그러한 사랑을 그녀와 너에게 주고받은 것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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