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손톱

손톱 가위라니 사랑스럽게, 20191012

by 윤신





오늘 네 손톱을 자를까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났어.

색종이 가위처럼 생긴 자그만 손톱깎이를 들고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또 내려놨지.

그러고 보면 넌 태어났을 때부터 유난히 손톱이 길어 간호사들이 신기해했어.



"어머, 이렇게 손톱 긴 아기는 처음 봤어요."



난 손톱이 긴 아기는커녕 너처럼 갓 태어난 아기는 처음이었지만 놀라지도 신기하지도 않았어.

다만 주먹을 꼭 쥐는 널 보며 난 그저 네 손톱이 손바닥을 다치게 하진 않을까, 걱정했단다.


얼마 전, 한 달이 지나고도 차마 자르지 못했던 투명한 종잇장 같은 손톱을 산후도우미님이 자르다 상처가 났을 땐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자신 없어하는 나 대신 잘라 주신 그 호의를 속으로 탓하기나 하고 말이지. 손싸개 속 앙 다문 손가락 끝에 빨간 피가 짧은 선처럼 그어져 있는데 그게 얼마나 아파보이던지. 내 배에 그어진 붉은 선보다도 더 붉고 더 안타까웠다면 네가 믿을까.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날 탓하며 네 꼭 쥔 손을 감싸고 호호 불며 ‘미안해. 미안해.’ 몇 번이나 되뇌었지.



아마 난 한동안은 네 손톱을 못 자를 거 같아.

한 달을 그럴 수도 있어.

색종이 가위에 베인 작고 연약한 손가락이 생각나서 말이야.

붉은 선이 짧게 그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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