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싫은 이유가 생각났다. 아니 생각날 것도 없다. 그것은 여름이 지난 뒤로 옷감에 섞인 고양이 털처럼 나에게 내내 들러붙어 있다. 거의 그랬다. 겨울이면 녀석은 지겨운 줄도 모르고 나를 물고 핥았다. 그가 핥고 지난 자리는 이내 온도와 습도가 변하고 자주 뜨거워졌다.
할짝.
뺨에 닿는 그의 숨결이 뜨겁다. 자, 이거 받아. 줄 게 이것밖에 없어 미안해, 그러니 이거라도 줄게. 얕고 짙은 몸살과 잦은 기침, 미열과 고름 같은 염증, 그가 건네는 것들을 주저하며 받았다. 받지 않은 적도 받지 않을 수도 없다. 두 손이 아니면 코로 눈이 아니면 목구멍으로 그는 그의 선물을, 그의 사랑을 밀어 넣는다. 숨이 막힐 만큼 나의 가슴을 끌어안고 전신을 애무한다.
나는 그의 사랑을 거절할 수 없다.
숨처럼 밀려드는 그의 존재를 거부할 수가 없다.
한 달 내 젖은 이불처럼 쳐져있던 나는 오늘에야 생각했다. 겨울이구나. 다시 그가 왔구나. 두껍고 까만 목도리를 두르다 거울을 봤다. 독한 감기에 한참을 시달린 여자가 있다. 그만해. 나 좀 그만 내버려 둬. 그러나 아무리 해도 그는 겨우내 나의 살갗에 비강에 내장에 머물 것이다. 계절 하나가 지나서야 나를 떠날 것이다.
털 스웨터, 눈, 크리스마스, 빛, 털모자, 귤, 등속의 겨울이 불러내는 무수한 색과 결.
타인의 것은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겨울은 오직 감기다.
광기에 휩싸인 사랑처럼 나를 갈망하는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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