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밀고 기다리는 마음

by 윤신



지난밤 내린 눈을 밟으니 뽀득뽀득 소리가 난다. 뽀득.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뽀득. 아이 귀 시려. 뽀득. 얇게 쌓인 눈을 스친 바람도 이렇게나 시린 거구나. 뽀득. 커피를 줄여야 할 텐데 하루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뽀득.


무화과 베이글을 사러 집에서 가까운 카페로 걸었다. 귀가 시려 검은색 후드를 썼는데 아마 뒤에 걷는 사람에게 내 머리통은 까만 면봉처럼 보일 것이다. 눈바람에 무방비한 신체 부분은 이제 얼굴과 손. 그러나 손에게는 주머니가 있다. 어깨로 문을 밀고 들어가며 뒤에 사람이 있나 흘깃 바라본다. 다행히 나 혼자다. 어깨로 밀고 들어간 문을 그대로 잡아주기란 꽤나 쑥스러울 것이다.


미시오. 당기시오.

문이 가진 정반대 성질의 이름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개처럼 아이처럼 눈을 좋아하는 사람, 좋은 것은 좋다고 또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사람도 그 안에 있었다.


세상에는 타인을 위해 시간과 힘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그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꽤. 나는 전자의 인간이길 바랐지만 문을 잡고 선 나를 그저 쌩하니 지나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이제는 그러지 말까도 싶었다. 원해서 하는 일이 자신을 상처 내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를 투명 손잡이 취급하는 사람보다 내게 눈인사하는 사람이, 문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더 많았다. 몇몇의 싫은 상황 때문에 싫은 결과를 내고 싶지는 않다. 당기든 밀든 뒤에 서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자고, 그 정도의 여유와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자고 다시 생각했다.


미시오, 당기시오.

문, 혹은 사람.


문을 밀고 지나간 사람 뒤 다시 밀어야 할 사람. 미는 사람 너머 당기고 들어와야 할 사람. 밀고 서서 지나갈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문 하나에는 저마다의 길과 방식을 가진 여러 사람이 기다린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 바랄까. 발아래 다시 뽀득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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