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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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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6. 2020

엄마는 강하다

정말로 너무너무 , 20191102




정말이지 어젠 너무 힘들었다. 

‘정말’이라든지 ‘너무’ 같은 수식어는 되도록 쳐내는 게 깔끔한 문장을 만든다. 하지만 이런 부사가 필수 불가결한 때가 있다.  

바로 어제다. 



전날의 독감주사 때문이었는지 온종일 전신이 아리도록 아팠다. 손가락 마디가 아픈 건 기본이고 그냥 누가 날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것만 같았다. 떨어진 체력과 몸 상태를 위해 얼마 전 한약까지 지어먹었는데 이게 뭐람, 집 근처에서 영양주사 맞을 수 있는 병원을 검색했다. 평소라면 '그냥 쉬면 되겠지'하고 막연히 생각했겠지만 이젠 아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아니면 민간요법으로라도 바닥 친 기운을 끌어올려야겠다는 마음뿐.



아기를 기르면 우울증으로 운다던데 난 순전히 몸이 힘들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찰떡이를 들어 안기 위해 입안의 살을 씹으며 온 몸에 힘을 줬고 아가를 돌보기 위해 종일 머리를 쳐대는 두통을 참아냈다. 

이제 막 두 달 되었는데 몸이 이렇게나 지치다니. 

몇 달 전 팔공산만 한 배를 버티며 지낼 때 사람들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이 좋을 때야. 아기 낳으면 그때부터 시작이지.” 


그렇게도 듣기 싫던 말에 이젠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임신하고 힘들었던 날들을 부정하진 않겠다. 다만 체력의 소모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30층이 평균 체력이라면 그때는 19층 정도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5층, 어제는 지하 2층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이젠 사람들이 얘기한다. 


“아이고, 지금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야. 아기가 6개월 지나면 정말 힘들지.” 


뭐라고. 지금보다 더 힘들다고.  

모르겠다.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련다. 

당장 내 몸과 아가를 생각하기에도 내 심신은 벅차다.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3시간(아기의 밥시간)으로 쪼개어 사는 지금으로선 여섯 달 뒤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겪어보지 않은 고통이나 일의 강도는 원래 상상하기조차 힘든 법이니 미래의 고초 따위 알 재간 역시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신기한 게 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상태인데도 아가의 부름엔 무적이 된다. 내 몸 하나 가만히 서 있기에도 머리가 핑-하고 어지러운데 6kg의 아기를 계속 안고 밥을 먹이고 말을 건넨다. 

아가의 코 찡긋 한 번, 활짝 핀 웃음 한 번이 진통제가 돼버린다. 


Women are weak, 
but mothers are strong.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뻔한 클리셰다. 

하지만 어제는 오장육부로 깨친 문장이다. 정말로 펜이나 혀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천지 차이구나. 

(그렇기에 '그렇다더라' 식의 조언은 침묵보다 못할 때가 많다)  



다행히도 어제의 지하 주차장까지 떨어진 체력은 다소 회복되었다. 아마 몸살과 독감주사 탓인 듯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혼쭐이 났지만 덕분에 몸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아가를 위해 엄마는 건강해야 하니까. 

(물론 아빠의 역할은 크고 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기를 위해 스스로 강함의 탈을 쓰는 엄마들, 

아가의 밥을 챙기느라 자신의 밥을 줄이는 엄마들, 

자신의 양 손목이 너덜거려도 아가를 품에 꼬옥 안는 엄마들,

제 시간을 온통 아가에게 준 엄마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여, 

난 진심으로 그대들을 존경합니다. 

너무너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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