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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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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Jul 07. 2020

첫 만남

사촌 오빠 서진이, 191103




미남 사촌 오빠 서진이와의 첫 만남.

오빠니까 어련히 여동생 이뻐해 주지 않겠어? 했는데 천만에. 

아기를 안고 있는 제 엄마를 향해 '엄마!'를 순식간에 백번 외치고 

아기를 예뻐하는 제 아빠를 보며 발을 동동 동동, '아빠, 아빠' 울먹거린다. 

22개월 아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단어와 몸짓을 있는 힘껏 꺼내 관심을 사는 중이다. 

그렇구나, 미안해.   

아직 서진이는 오빠이기 이전에 아가라는 걸 내가 깜박했다.



진종일 아가를 피해 미니 mini 그림자처럼 엄마 아빠를 졸졸 쫓아다니던 서진이에게 집에 돌아가기 전 딱 한 번 찰떡이와 인사시켰다.


"이제 집 갈 거니까 아기한테 안녕~하고 인사해."


여태 눈길 한번 안 주더니 아기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대고는 바록거린다. 

'힛, 난 엄마랑 아빠를 무사히 지켰어.' 안도하는 꼬마의 얼굴이다.

서진이의 첫 뒤집기가 몇 달 전의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지금의 찰떡이처럼 누워서 울거나 웃는 단편적인 표정만 지을 수 있던 아기가 이젠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감각하고 꺼낼 줄 알다니. 아마도 아이는 그렇게 수많은 감정을 담고 버리고 놓으며 어른이 되어 가는 거겠지. 수없는 시간이 이들을 통과해 가는 동안 조금씩.



서툴고 낯선 그들의 첫 만남이었지만 분명 일 년만 지나도 둘은 가까워질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든 처음은 쉽지 않기 마련이니까. 

일 년쯤 지나 찰떡이가 아장 걸을 수 있을 때엔 서진이 오빠 뒤를 따르겠지. 뭐든 다 모방하려고 할 테고 어쩌면 둘이서 신나는 걸 발견할지도 몰라. 우리 어른들은 모르는 놀이터의 비밀 통로라던가. 


아, 물론 만고 내 생각, 내 바람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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