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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by 윤신



희어버린 아침

백로 하나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길을 잃었니

너도


피기에 한창인 것들을 지나

떨어진 것들 앞


주저하는 보폭에

숨을 참고서

계속 가 먼저 가


가다 보면 길이 있다

그게 너의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


그래 그렇게

찻길로는 가지 말고


가다 보면 길이 있다는 믿음으로


인간은 신을 만들었지만

너에겐 날개가 있으니

걷다가도 모르면 날면 돼

날다가도 모르면 쉬면 돼


흰 막은 언젠가는 걷힐 테니

너는 너의 발밑을

한 발씩 떼어보면 돼

그러니


계속 가


잠시만 여기 앉아

진 것들을 애도하는

바람이 일어나면


그때 나도

너에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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