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아요
시가 너무 좋아요
시는 돈을 못 번다는데
내가 종일 쓴 시는
천 원은커녕 백 원도 안 되는데
오히려 읽어주면
감사합니다, 절을 하고만 싶어 지는데
서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책은 돈 버는 방법의 책들이래요
내가 좋아하는 시집 코너는 맨 구석에 있구요
이래서 괜찮을까요 엄마 말대로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하지만 쓰고 나면 너무 좋아요
좋은 시를 읽으면 팔짝팔짝 뛸 것만 같아요
어떻게 안 될까요
이대로 시를 좋아하면서 살아가면
종일 말들을 입안에 굴리고
씹고 삼키다 매만지면
누군가 발설한 비밀을 읽고 울고 웃으면
엄마는 그게 밥이나 맥여주냐지만
이런 시로는 밥은커녕 요즘 시세엔
커피 한잔 못 마시는 거 아니까
그냥 좋아하는 거 맘껏 좋아하게
그것만이라도 안될까요
아 그렇다고 백 원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가끔 만나 커피라도 사달라는
뭐 그런 얘기는 진짜 아니에요
진짜 진짜
아니에요
아니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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