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매일 짧은 글짓기를 했다
아직 6월이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제고 나의 글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진행형
끝나지 않을 말을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토해내는
오늘의 주제는 편지여서 공백 포함 300자 내내 적지 못하는 말들에 대해 적었다 고르고 고른 말은 영 내 것 같지 않아 고마운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애틋한 마음도 모두 부끄러움으로 귀결되던 적이 있다 축축해지도록 종이를 녹여 입속에 삼키던 적이, 생각해 보면 어쩌자고 매번
글 속의 아이는 봄의 들판에서 꺾은 꽃과 풀을 글자 대신 편지에 붙였다 둥근 뺨을 스치는 바람 날아가는 씨앗 벌레 죽은 냄새를 오려 종이에 붙였다 말은 무언가를 전하기에 한참이나 부족해 보였다 적어도 아이 뒤에 숨어선 나는
툭,
A4 세 장이 떨어졌다
십일 년 전 빠리에서 날아온 편지
이유도 없이 선배에게 얻어터졌던 열여덟에 대해서 제 손을 잡고 2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던 국어 선생님에 대해서 보들레르의 멜랑꼴리와 니체의 위버멘쉬에 대해서 길목 앞에 내다 버린 책들에 대해서 아빠도 아들도 화가였다는 앤드류 와이어스에 대해서 가장 인간적인 특권이자 특혜인 웃음에 대해서* 언젠가 편지할 다른 기회에 대해서 썼다
주저도 어려움도 없이. 그 모든 것 앞에 서서 너는
세 장씩이나 쓸 줄 몰랐지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
마지막 장 첫 줄에 눈이 베였다 그런 거지 그런 건가 속을 적어내는 일은 의외와 오해의 여지를 넘어 가볍게 검은 잉크를 새기는 자신을 닮은 필체를 남겨 넘기는 상대가 어떡해도 모를 거라 쉬이 돌아서지 않는
나의 아이는 여전히 풀과 꽃을 뜯고 붙이지만
나는 나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사랑은 한단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립다 그리워 미치겠다 가장 사랑했던 지난 연인보다도 더 그런데 재륭아 그 선배 이름이 뭐였니 주소는 생년월일은
차례나 갈피도 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진 말은 네 무릎으로 흐르고 흐르면 좋겠고
이제라도 늦은 답장을 한다면 내 속을 갈라 환히 보여주겠다 다짐하지만 너의 주소를 모른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
연필로 꾸욱 꾹 눌러 쓰고 싶은데
*앙리 베르그송,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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