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해함에 잔뜩
절여진
애플 시나몬 잼이야
이건 평서문이 아니라 의문문
지금 너에게 묻고 있는 거야
뱀처럼 구불대는 화려한 골목과
내내 앉을자리도 없는 지하철
옆에 나란히 선 사람의 땀냄새
너무 심한 냄새였지
일주일 한 달 혹은 작년 여름부터 흘러 고인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 속에서 살면서
사람을 싫어하다니
사람이 깔고 사람이 펴고 사람이 짓고 사람이 푹 고운
전부를 취하면서 많아도 너무 많아,
진절머리 치다니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진짜의 생활 따위 알지도 못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아마도 이건 고백의 문장
평이롭고 둥근 나의 세상에서는
비누냄새 고양이 모래 냄새 고작해야 장마의 축축한 물냄새만 났는데
사실은 그게 다 사람의 땀고랑에서 흘러나온 지도 모르고
저기 여자 둘
이 시를 쓰기 전부터 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자들 말이야
세상에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다
내가 커피를 마시고
한껏 투명하게 절여진 내 손목으로 만든
애플 크럼블도 먹는 사이
아무래도 불화하는 이놈의 인간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때겠지
찬찬히 밀물처럼 설탕물이 발끝부터 차올라
목까지 졸여지던
무해하고 무례해
너무나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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