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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이나 매만지는

by 윤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었다고


이미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생각한다 하필이면

말은 아침보다 부지런하고

생각은 저녁보다 게을러서


자그맣고 예쁜 알약

으로 몸을 일으키던 너에게

쉽게 그만두라는 말을 했지


각자 잘하는 일과 잘하지 못하는 일

나는 구겨진 고백과 칼날을

선선히 목 앞에 대고 즐기는 사람

알리가 없지

보통의 밥 짓기 보통의 생활짓기 보통의 사람답기


같이 마주한 터널의 앞에서 무성하게 늘어진 뿌리를 보더니

이게 뭔지 아니 이건 칡이야 칡

이 끝 이 새로운 시작

너는 새로 올라온 줄기를 끊어내며

봄이면 새순이 올라오는데 나 어릴 때는 그걸 용순이라고 불렀어


용의 힘을 가진 순


거대하고 질긴

뿌리들이 잠시 겨울에 죽었다가

봄이면 보드라운 도마뱀 같은 손을 뻗어 내는데

고 연하고 순한 것을 밀어내는데


죽은 게 아니야

그러네 죽은 게 아니네


발아래 산딸기 덩쿨을 살짝살짝 피해 가면서

너는 겨울의 시간을 보내는구나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죽지 않은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지난 뒤의 생각


그만둬 하지 말고

잘 버티고 있네

꼭 저 칡처럼

이라고 말할 걸 하는 지금의 생각


역시나 어렵다

늦어버린 생각에 뒤따라 오는 말은


한참이나 뒤에서야 졸졸졸

눈치 보며 기껏

발끝이나 만지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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