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그처럼 다들 독을 갖고 태어나는 줄만 알다 문득
내 사랑하는 당신이
줄곧 먹여온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 한 숟갈 한 컵 한 접시
당신이
내 입에 흘린 독은
나를 살리기도 서서히 죽이기도
넘치기도 하다가
주위를 물들였지요
쟤잖아 쟤, 이 퍼지는 독의 근원
누군가의 말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독인 줄도 모르고
입안에 고인 침처럼 순전한 나의 것이라 여겼는데요
악의 근원 더러움의 근원 수치의 근원 결핍의 근원 우스움의 근원
꿈속에서 태어난 불경한 아이
독을 쥐고
독을 뱉고
독을 퍼트리는 내가
이번 생의 역할이라 믿고만 있었는데요
누군가 입가의 독을 닦아내며
그건 네 것이 아니야,
말했습니다
그건 타인의 피 타인의 젖 타인의 누수
하지만 오래 고인다면
네 것이 되고 만단다
몸을 비틀어 짜보았습니다
실컷 울어 흘렸습니다
입을 닫아 마시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씨앗이 된 독을 뱉어내기도 했습니다
당신
내 사랑하는 당신
나는 애써 보내던 그것을
조르륵,
당신이 컵에 따르고 있습니다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구나
당신의 독이 철철 흐르고
그것을 삼킨 나는
또 한 뼘 자라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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