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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기

by 윤신


구름을 본다.


두꺼운 이불의 솜털을 뜯어놓은 듯

뭉쳐지거나 흐트러진, 그 너머 빛이 있다.

아침의 기지개에

사물과 도시의 윤곽이 떠오른다.

물이 나간 자리에 드러나는 조개의 외골격처럼

또 언제고 쓸려나갈지도 모르는 것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야.


시월 말 아침 공기에 뺨이 차갑다.


바다에 거대한 배 한 척이 있다.

그저 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배는

분명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고요한 물살 위에서

밀물과 썰물의 경계에서


구름도 배도

불안할 때면 새벽의 정적을 사랑하는 나도

천천히 저만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 시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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