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쓸려 얇아진 노부인의 피부가 물살에 휘청인다. 물을 미는 일에 열심이지만 자신의 손바닥 크기만큼씩 천천히 나아갈 뿐이다. 의도치 않게 마주한 희어 멀건한 피부 앞에 멈춰 그녀가 물속에서 발을 차는 모습을, 마치 잠에서 벗어나려는 듯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다. 물을 당기고 숨을 뱉고 다시 부유하는 박자에는 고요함과 어긋남이 머문다.
한참을 기다렸다 따라갔으나 피하지 못하고 그녀의 엄지발가락에 왼손이 닿았다. 바깥 달리기를 좋아하는 개의 발바닥처럼 거친 살갗이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괜찮다며 웃는 얼굴로 그녀는 아주 조금씩 멀어졌다. 물에 힘없이 이끌리는 살구빛의 큰 물고기. 나는 다시 기다리고, 우리 사이는 손바닥만큼씩의 간격이 벌어진다. 거기엔 연푸른 빛의 물이 있다. 그 외에도 이름 모를 얼굴들, 공간을 메운 수증기, 파도처럼 철썩이는 물소리, 그리고 시간의 차이. 그러나 우주의 시간으로는 살에서 떨어진 먼지 조각만큼의 차이도 없을.
천창에서 내리는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몇 가지를 의식해 수영한다. 손끝을 멀리 밀어내기, 발등과 정강이로 발차기. 한참을 수영하다 바닥에 비치는 어스름한 그림자에 살그머니 앞을 보면 또다시 노부인의 몸과 다리가 보인다. 얇은 피부의 파도는 지워지지 않는 시간의 굴곡 같다. 누구나 지나 온, 누구나 지나갈, 누구나 언젠가는 멈출.
샤워실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좁은 계단에 앉아 몸을 씻는다. 흰 거품 투성이인 볼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 몸을 숙이고 조심스레 씻는다. 등 씻어 드릴까요. 고개를 든 노부인의 얼굴은 다시 본다 한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하고 평범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얼굴로 가는 건 아닐까. 비슷한 얼굴 비슷한 몸짓 비슷한 형태 비슷한 피부로. 물살에 천천히 출렁이던 그녀의 피부는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거울에서 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시간으로는 한 번의 호흡을 들이킬 만큼의 틈을 지나. 고맙지만 괜찮아요, 얼굴 없는 노부인이 웃고 나서야 나는 뜨거운 물을 틀어 머리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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