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수건이 말라간다
실 한올에서 태어나 종이곽에 포장되어
누군가의 돌잔치가 제 탄생의 축하라 오해해 온 수건은
올해로 열 살이 되었다
걸음마를 뗄 시간도 없이
젖음과 마름 사이를 왕복하며
질문 없이
들이밀어진 운명을 잘도 핥았다
개의 발바닥이든 현관의 타일이든
빨아들이는 일만이 최선이라며
어딘가에 걸려 생겨난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도 모르고
해가 거듭될수록
신년회 향우회 칠순 개업
생에 대한 갖은 축하에
베란다로 밀려나면서도
여기는 볕이 잘 드는구나
빛에 엷은 구멍을 비췄다
햇빛에 따라 몸을 트는 화분들 곁에서
흔들리는 새의 그림자를 입다가
펄펄 끓는 물에 담가지는 날이면
수건은 몸을 오른쪽 왼쪽으로 굴리며
커진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깨끗이 풀어헤쳐져
물 위에 퍼지는 자신을 상상했다
젖은 채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젖은 것이 익숙했던 수건은
장마를 좋아했고
바삭한 몸보다 축 늘어진 몸을 좋아해
비가 쏟아지던 날
화분이 젖어드는 사이
바람을 핑계로 창 밖으로 날아갔다
두고 온 모든 것들이
각자의 생을 반복하듯
젖은 수건은 다시 말라간다
희게 번지는 하늘 아래
빈 자리를 살살 푼다
점점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