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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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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ug 12. 2020

다행도 행복

all about happiness, 20191206




행복, 해피 happy라는 단어만 인터넷에 쳐도 글, 영화, 그림, 노래 온갖 것들이 쏟아진다. 행복으로 가는 안내서 같은 글은 말할 것도 없고 행복을 찾아 여행하는 영화, 행복을 그린 노래 등 행복을 주제로 한 작업들은 며칠 전 내린 눈 결정만큼이나 많다. 행복은 달에 비는 소원처럼 입에 배였고 예술가들의 단골 주제로 군림해있다. 



그 많은 텍스트 중 우리가 좇아야 할 기준은 뭘까. 아니, 행복에 기준이 있을까. 

애초에 행복이란 뭘까. 



행복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시대정신처럼 추구해야 하고 실천해야 할 정신은 더더욱 아니다. 행복이 정신이 되면 오히려 삶에 짐이 되고 만다. 내게 행복은 이른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이다.  



김난도는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일상'이라 했다.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고 불행한 건 아니라는(괜찮다는), 또 일상은 원래 순간의 행복을 따지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쪽이든 적잖이 위로가 된다. 하지만 내게는 역시 일상이 행복이다. 소소한 즐거움, 편안한 마음가짐, 몽글몽글한 안온함, 두근거리는 경험,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잘 어우러진 반죽 같은 것이다.

그 반죽은 시기마다 다른 제철 재료를 쓰기에 늘 그 무게와 밀도, 크기가 다르다. 때론 발효의 온도마저 다르기에 매번 같지 않은 무게와 크기의 행복이 된다. 



파란 물속에서 미끄러지듯 수영하는 하루의 마무리나 블렌딩 된 홍차를 마시는 것이 작년의 행복이었다면 올해, 특히 요즘의 행복은 아윤이와 눈을 맞추고 옹알 대화를 하는 것. 

세상 다시없을 그 존재에 감사하는 것이다. 

다시 들춰본 재작년 일기에서 재작년의 나는 '하루가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분 좋은 일을 군데군데 잘 뿌려놓는 거라 적었다. 새로운 무언가 something를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생각하는 방식은 웬만하면 잘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수긍하는 이유다. 



그 기준으로 보자면 난 어제, 오늘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하루 몇 번이나 좋아하는 노래를 찰떡이에게 불러주며 누가 보기 부끄러운 춤을 추고 함께 웃고, 사진으로 순간의 아가를 담기도 하며 때론 단 낮잠을 같이 자기도 한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이다. 

 -물론 아직 낯설고 힘들어 가끔 의미 없는 소리라도 악!! 지르고 싶지만 내 곁의 아주 작은 아기를 놀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좋은 시간이 가듯 지친 시간도 같은 속도로 갈 것을 안다.  



요즘, '다행'도 행복의 벤다이어그램 속에 집어넣었다. (더 많이 행복해지려는 나름의 속셈이다) 

새로운 내 행복의 기준이라면 기준이다. '다행이다'라는 기분이 드는 것 역시 행복. 

걱정하던 마음을 고이 접어 넣고 휴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안도, '다행'이라는 말이 주는 평안,

그게 행복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찰떡이가 내 딸이라서 다행이다. 

은근히 부실한 내 몸이 이렇게 건강한 딸을 낳아 다행이다. 

우리가 우리라서 다행이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을 커다란 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집 뒤에 위치한 작은 언덕일지도 모른다. 마음먹고 찾아갈 수 있는 높은 산이 아닌, 언제든 편안히 오를 작은 언덕 말이다. 

그 작은 언덕을 마음 내키는 대로 오르며 숨을 고르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름도록만큼 많을 행복도록에 나 역시 얕게 발을 담가 정의해본다. 



숨을 깊게 내쉰다. 오늘도 작은 언덕을 하나 찬찬히 걷는 중이다. 

웃음이 예쁜 아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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