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구주택총조사 Census 100년
조사원 일을 하며 좀 다리가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개운하다.
많은 응답자를 만나면서 힘을 얻은 거 같다. 동네 주변을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걷고 또 걸었는데 동네를 자꾸 돌던 내게 손 내밀어주던 분들과 놀리던 어르신들, 알게 된 어떤 할머니. 다 감사하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에게서도 깨닫게 된 게 있어 정말 잘 선택한 알바 같다.
난 내 학력을 탓하고 나만 이렇게 힘들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사를 하면서 내가 했던 생각들이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력과 상관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만났고 멀리서 와서 현재 마땅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게 알게 모르게 힘을 주었던 거 같다.
학력만 탓하기도 나만 이렇게 힘들다하기에도 가당치않았다.
나는 현재 내 상황을 직시해야 하는데 남들 눈을 신경 쓰며 인터넷 쇼핑몰의 옷을 사고 적은 돈이라 생각하며 자꾸 사댔었다. 근데 동네를 돌며 마주친 어떤 여자분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분은 유행을 따르거나 여성스러운 옷이 아닌 복장이었고 예뻐보이지는 않았지만 편해보였고 계절감이 있었다. 난 최근에 입지도 못하지만 예뻐보여서 산 노출이 심한 옷이 하나 있다. 그걸 비교해보니 내가 낭비를 한 것만 같다. 그때 든 생각이 '난 연예인이 아니다.'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없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투를 사고싶다가 내가 이미 가진 잠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정말 이번에 한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알바를 잘한 거 같다. 부모님도 이번에 일자리 잘 선택했다고 했다. 물론 아버지는 내가 조사를 하면 여러사람들을 대하니까 영업하는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그래서 잘했다 한 거 같다
그리고 조사한다고 오래 걸으며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다 정리된 생각들도 있다. 그것도 감사하다. 그리고 어떤 모녀를 보며 무지 부러운 마음을 갖게 되기도 했는데 그분은 이번에 이사 온 딸의 집을 방문했다가 딸대신 조사에 응해주셨다. 그 분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그렇지만 다른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해서 많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르지 않았다. 그분의 딸이 학력도 높고 직업도 있어 부러웠지만 더 부러웠던 건 따님분이 바르고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나와 엄마의 일들과 비교가 되면서 저런 딸을 둔 엄마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도 조사한다고 주거지 주변을 맴돌다가 저녁에 몰래 지켜본 것이다. 이 일을 안 했다면 몰랐을 것이다.
내가 사는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산다는 것도.
나한테 들러붙어 괴롭게하는 그런 존재들도 생각했는데 어쩌면 따뜻하게 말을 건넬 줄 몰라서 그러는 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심하게 욕한 내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나잇값 못하는 인성이 평균 미달이지만 그들도 미성숙해서 나한테 그런 게 아닐까 싶다...욕 심하게 하지말자고 했지만 나는 또 욕을한다. 언제 고쳐질까...
그리고 무거운 태블릿에 답례품을 둘러메고 걸을 때 이런 생각도 했다. 다리가 부러진 나를 정상인 처럼 걸을 수 있게 해준 사람들, 원망하고 싫기도 하지만 새삼 의료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며 더 충실하게 이번 일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도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돕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조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그런 마음이 좀 흐려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마쳤다. 빠트린 가구없이 다 찾았지만 만나지 못한 가구가 10가구 넘는거 같다. 그게 좀 아쉽다. 5년 뒤에 또 보자구~ 2030 인구주택총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