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생리대 파동
2017년 한국의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있기에 앞서, 2014년 미국에서는 Always 사태가 있었다. 미국의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the Earth, 이하 WVE)’라는 NGO는 세계 최대의 생리용품 제조업체 중 하나인 P&G사의 생리대 브랜드 ‘Always’의 4가지 제품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WVE는 1995년에 창립된 에코페미니즘 단체로, 여러 환경 이슈 중에서도 독성 화학물질 문제에 집중해왔다.
WVE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Always의 일회용 생리대 4개 종(Always Ultra Thin unscented, Always Ultra Thin Clean Scent, Always Infinity unscented, Always Radiant Infinity Light Clean Scent)에서는 향 첨가 여부와 무관하게 독성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이 독성 화학물질에는 스타이렌(styrene), 클로로에테인(chloroethane) 등 발암물질, 클로로메테인(chloromethane), 클로로폼(chloroform) 등 생식 독성 물질, 자극성 물질인 아세톤(acetone)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WVE는 Always 제품들의 제조사인 P&G사에 제품 성분 공개와 유해 성분 제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P&G사는 여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WVE가 발표한 내용을 부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P&G사의 대변인은 “해당 연구에서 검출된 소재는 당사 제품에 직접 추가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WVE의 지적을 회피했다. 또한, P&G사는 공기 중에도 조사 결과에 드러난 수치와 유사한 수준의 유해 물질 성분이 존재하며, 제품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며 WVE의 비판을 일축했다.
한편, 이 사태는 생리용품의 안전성을 규제하는 제도적 측면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FDA는 생리용품을 의료기기로 간주하며, 의료기기의 기준이 적용될 경우 성분 공개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생리용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여성들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면서도 제품의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요컨대, 미국에서는 FDA를 중심으로 한 생리대 안전성 인증 체계는 존재하지만 성분 공개 의무가 없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생리용품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되었지만 안전성에 대한 식약처 주관의 단일한 인증 체계는 부재한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