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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9. 2022

[전시관람리뷰]-<알렉스 프레거 사진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을 어느날 불현듯 만날수 있다.*

[전시관람리뷰]-<알렉스 프레거 사진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을 어느날 불현듯 만날수 있다.*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 ALEX PRAGER, BIG WEST>

[할리우드의 감성을 그대로, 알렉스 프레거가 선사하는 가장 완벽한 순간]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전시중인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1979~)’의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이 전시는 ‘알렉스 프레거’ 전시로는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것이라 합니다. 할리우드의 감성을 카메라에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는 아티스트인 ‘알렉스 프레거’의 초기작품에서부터 현재까지 작업한 최신작까지 전체 작품을 총망라하여 100여점의 사진들과 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알렉스 프레거’는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나 성장했다고 하는데, 대중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서 사진과 영상으로 순간순간을 포착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작가는 사진과 영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는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도 사진과 영상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2001년 ‘게티뮤지엄’에서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1939~)의 전시를 보고 깊게 감명받았던 경험을 계기로 카메라를 구입하여 사진과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렇듯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직업이나 삶의 방향 등의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결정적 순간을 언제 어디에서 만나게 될런지 알 수 없는 일인듯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특히 젊은이들은 더더욱이,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렉스 프레거’가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 스토리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네요.


‘알렉스 프레거’의 전시회는 화려한 컬러감도 독특한데다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치나 역할, 그리고 무대장치, 조명 등을 조화롭게 설계한, 총체적인 기획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의 미장센(mise-en-scène)이 돋보이는 전시였습니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액션은, 한순간을 포착해 낸 것이라 하기에는 대단히 섬세하고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알렉스 프레거’는 알듯말듯 미스테리한 느낌의 연출력을 보여주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다각도로 생각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끔 이끌어주는 힘이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한 전시회를 통해 미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해요.

뉴욕타임즈를 위해 제작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 Touch of Evil(2011)>은 브레드 피트, 게리 올드먼 등의 대스타가 출연하였는데, 2012년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작가는 압도적인 군중을 담은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Face in the Crowd>,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촬영한 <라 그랑드 소르티, La Grande Sortie> 시리즈 외 영화, 패션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을 비롯해 전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프레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핫한 작가라는 방증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카메라, 조명, 의상, 그 무엇보다도 감정에 대한 진솔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통해 내가 느꼈던 감정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라며 자신의 작품활동에 관한 신념을 밝히는 ‘알렉스 프레거’는 이번 서울 전시를 앞두고 “제 작품을 통해 한국 관람객들이 제가 느꼈던 감정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합니다.


저는 경기도민인지라 서울까지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니 전시회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는 전시 기획의도를 읽어보고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2022 롯데뮤지엄 첫 기획전 <ALEX PRAGER, BIG WEST>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 ‘알렉스 프레거’의 감정을 공감해 보려고 노력한다면 더욱 좋은 관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작품들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이 전시는 크게 세 포인트로 나눌수 있었습니다.(출처:전시회 홈페이지 안내내용)


(포인트1)

The Long-Weekend(2007~2010)

-프레거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무드, 과거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듯한 레트로 스타일

“나는 작품에 매료되는 순간 감정에 집중한다.”

-알렉스 페레거의 작품은 픽션인 동시에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사진과 영화의 주인공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여성으로, 수많은 이야기와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화려한 레트로 스타일이 주는 익숙함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름다운 화면 속 극적인 순간은 감정을 예리하게 묘사한다. 프레거는 우리 삶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주인공의 행적을 통해, 찰나의 순가네 새겨진 가장 순수한 감정과 느낌을 선사한다.


(포인트2)

Face in the Crowd(2010~2018)

-압도적인 군중, 당신을 외면하거나 바라보는 눈동자들

“나는 낯선 이들에게 둘러싸인 한 인간의 내면을 통해 군중 속에서 길을 잃고 익명이 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에는 프레거의 대표작으로 다양한 지역에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군중 속 고독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험한 무대 공포의 순간, 그 격렬한 감정을 담은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시리즈가 전시된다. 이 시리즈는 실제로 거대한 세트장에서 많은 배우들을 섭외하여 촬영했는데, 프레거는 그 수가 350명이 될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알렉스 프레거가 보여주는 대규모 군중은 영화 같은 순간, 우리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에 사로잡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포인트3)

Scene, Sequence, and Us(신, 시퀀스, 그리고 우리)(~현재)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교한 화면과 미묘한 감정을 따라 완성되는 이야기

“나는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텅 빈 도로 위, 아무도 없는 운전석과 거대한 바위를 지나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된다. 프레거가 포착한 순간은 정교한 미완성으로, 보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이야기를 이어 나가게 한다. 그와 그녀가 대면한 사건은 무엇인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어떤 것인지, 무엇이 허구이고 진실인지에 대하여 프레거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우리가 알아채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실마리와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3개의 포인트로 분류하여 순차적으로 전시된 작품의 동선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집중하여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과 영상이 얼핏 보기에는 직관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다가, 조금 더 집중해서 다시 보면 여러 관점으로 다각도의 해석이 가능해지는듯 다이나믹하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의 해석과는 별개로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저의 개인적인 감상은, 작가가 1979년생으로 나보다도 훨씬 젊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랜 과거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감성 가득한 작품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참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작품 곳곳에 필수적인 소품인냥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담배는 어딘가 모르게 퇴폐미가  느껴지게 만들었고, 대형 코카콜라  컵으로 표현한 대용량 패스트푸드에서는 흥청망청 자본주의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길거리와 극장에 바글바글한 군중들의 작품속 모습은 몇년째 괴로운 코시국을 살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대비되어, ‘아! 옛날이여~’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군중 속에서 고독한 개인’이 아니라 ‘서로 가까이 하면 안되기에 고독한 1인’으로 코로나 시절을 살아가야만 하니까요. 참 힘들고 서글픈 현실이 아닐수 없습니다. ㅠ


한편 오늘 미술관 관람에서는 멤버십으로 할인가 예약을 미리 해주신 고마우신 지인들 덕분에 여러모로 용이했습니다. 함께 즐거운 관람을 하고, 잠시나마 수다티타임도 가졌던 오늘의 미술관 동행님들께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집도 멀고 직장일도 있는지라 자주 참여도 못하고, 모임 중간에 먼저 가야 하기도 하여 아쉽지만, 기회 될때마다 좋아라 하는 전시관람을 종종 즐기고 싶습니다.~

혼자라도, 함께라도, 모두 다 즐거운 전시관람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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