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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Apr 12. 2022

[전시관람리뷰]-<공예가 서주리 작가 개인전>

*식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본다.*

#공예가 서주리Seo joolee 작가 개인전 관람 리뷰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1898 갤러리


#어떤 꽃집


[전시관람리뷰]-<공예가 서주리 작가 개인전>


*식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본다.*


명동성당의 카톨릭회관 1898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공예가 서주리 작가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주로 식물을 모티브로 한 아름다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인 컬러감과 공예작품의 형상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어여쁜 꽃 조형 작품은 밝고 화사한 꽃잎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실루엣이 어린날의 동심을 불러오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자아내면서 충만한 행복감을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다수의 선인장 조형은 메마르고 뾰족하게 느껴지는게 아니라 동글동글한 곡선미와 밝은 색감이 정감 있었고, 외로운듯 하면서도 꿋꿋하고 강건함을 내포하고 있는 의연함을 엿볼 수 있었기에, 선인장 작품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전시의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님이 서정적이고 마음이 따뜻하며, 참 정이 많으신 분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는 성인이긴 해도 어떤 면에서는 어린아이의 맑고 순수한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분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운이 좋은 관람객이었던지, 한산했던 평일 늦은 오후의 전시실을 맘껏 독차지하여 누비듯 예쁜 전시 작품들을 여유롭게 충분히 감상하였습니다. 또한 촬영이 허용되어 있었기에 작품사진도 자유롭게 찍기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때마침 전시장에 나와 계셨던 이 전시회의 히로인이신 공예가 ‘서주리’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얼핏 뵙기에도 따뜻한 정감이 묻어나는 작가님과 독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작가님과 작품과 삶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의 기획의도와 작가님의 예술철학을 엿볼수 있었는데, 이 전시실에 들어와 전시작들을 관람하며 작품들을 통해 내맘대로 상상했던 처음 느낌 그대로 참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는 작가님이셨습니다.


한편 개별적이고 그 크기도 작은 다수의 선인장 공예물들을 한 폭의 공간에 층층이 배치하여 ‘따로 또 같이’를 연출한 작품 앞에 서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전면에 보이는 그 작품을 어떻게 보았느냐 물으셔서 아파트 같다고 대답해 드렸습니다.

작가님은 그 작품의 의미에 대해 보충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는데, 창작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니,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알차고 행복한 대화였습니다.


작품명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현대의 도시인들은 아파트 라는 주거형태를 많이 선택하고 있는데, 층층의 호실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익명성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층층이 배치된 작품속 선인장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사는 아파트 각 호실 속 외로운 사람들과 비슷하게 느껴졌던 만큼, ‘때때로 선인장이 바로 나 자신 같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신 ‘서주리’ 작가님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 지점이 참 많았습니다.

작가님은 식물이 뿌리를 내린 곳에서 스스로 이동할 수 없듯이, 인간도 이런저런 현실의 무게와 주어진 역할에 매어 있으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그 구속이 서로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고 하셨고, 저는 맞다맞아! 정말 그렇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현대인들의 외로운 삶의 패턴이 꼭 메마르고 삭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각각의 사연을 알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서주리’ 작가님의 작품들이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와 행복감을 주었기에, 긍정적인 상상으로 생각이 확장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도시인들의 고독감을 표현하면서도 군중 속에 묻혀버린 익명의 개인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깊은 희망을 따뜻한 작품으로 표현해낸 ‘서주리’ 작가님의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참 따뜻하고 행복한 전시관람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의 고독이 꼭 혼자만의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만 한다면 언제든 함께하며 더 좋게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이 전시를 통해 잔잔한 위로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시기간이 길지 않아서 더 많은 분들이 관람할 기회가 없을듯 하여 아쉬운 마음에 작품사진을 되도록 많이 찍어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명동성당’에 때마침 볼일이 있어 들렀던 날에 이 좋은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이었기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뜻밖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왔던 전시관람이었습니다.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해, 사는게 바쁘고 반복되는 패턴의 일상이 지루할수록 좋은 전시와 공연 관람을 많이 하고 싶다는 자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는 것도 의미로웠습니다.



*작가의 말 (in 전시회 리플렛)*


지난 가을에 튤립 구근을 샀다.

네델란드에서 온 구근이라고 한다.

설명서에 적힌대로 껍질을 벗기고

10센티 길이로 묻었다.

두 달을 꿈쩍도 안하던 화분에도

작은 싹이 올라왔다.

아마 한 달 후에는 꽃을 피울거다.


일찍 꽃을 피운 사람들도 있다.

뒤늦게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가끔 내가 잎사귀도 몇 개 없이

더디 자라는 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력함에 잎이 가시로 변하고,

몸에 꽉 찬 물들을 아닌척 숨기고 있지만

밤이면 꽃이 피는 상상을 한다.

지금은 베란다 끝,

플라스틱 화분에 살고 있어도

내가 본래 있던 곳은

사막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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