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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데 Jul 11. 2017

이리저리 자존감이 퍽 낮을 때에 관한 이야기

요즘 난 자존감이 퍽 낮은 상태로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이란 일은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고, 시간은 늘 부족하고,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윗사람한테 까일 때는 살갗이 다 벗겨지는 것처럼 까이다가 정작 내가 누군가를 깔 때는 살얼음판 걷듯이 한다. 그러다가 실수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라도 내면 자괴감에 목을 매고 싶다. 나라는 사람 전체가 해저 아래로 침잠해가는 열도의 섬이 된 것이다. 그 바다 깊은 곳에서 점점 해류에 휩쓸리다가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나 때문인가?


나 같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반드시 그럴 것이다. 바닷속으로 침몰하여 숨도 못 쉴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고. 우리는 다만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우리의 절규는 특히 소리가 없기에 우리는 다만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나 때문인가?


그러므로 나는 그것이 감히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내 탓이 아니다. 그러므로 할 수 만 있다면 윗사람의 뺨을 때려라. 남을 비난하고, 깍아내리고, 거절하고, 힐난하고, 불행하길 빌자. 우리의 악행을 즐기자. 우리 다 같이. 별 수 없다면 일단 땅바닥에 침을 뱉자.


그런데 그게 나 때문인가?


어쩌라고? 이제 우리의 입에 '다음에는 잘 하겠습니다'라거나 '죄송합니다' 혹은 '~까지 해보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우리의 입에 입버릇처럼 붙어야 하는 말이다. 만약 이것이 너무 대범하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침묵하자. 당장 상대방을 안심시키 위해 우리를 잘게 썰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이제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요구가 있다면 거기에 우리의 요구를 함께 얹자. 


그건 내 탓이 아니다.


그래, 진짜 내 탓이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힘들 테니까 '힘내'라는 무의미한 말은 서로에게 해줄 수 없다. 다만 서로가 더 이기적이길 빌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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