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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Aug 17. 2016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어릴 때, <뽀뽀뽀> 가사 중 '아빠는 출근하고 엄마는 안아준다'는 것에 문제제기 했다는 여성단체의 소식을 듣고 "진짜 별걸 가지고 지랄이다"라고 했었다. 대학교 신입생 당시 '총여학생회'라는 곳에서 O.T에서의 각종 게임 (특히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들)에 '태클'거는 것을 보면서 "진짜 예민들 하시네"라며 비아냥 거렸었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예시는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최고의 자리에는 거의 다 남자가 있다."는 말이 남성의 우월성을 표현하는 인용구로 쓰였고 나도 동의했었다. 하지만 여성들이 사회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유리천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여성이 강간당했다"는 표현이 "남성이 강간했다"는 표현보다 더 익숙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여러가지 계기로 인해 페미니즘 관련 책이나 글을 찾아 읽고 여성단체에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전부 메갈리아(라고 통칭되는 모든 것) 덕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혹은 내가 보지 않으려고 했던 곳에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만든 기반 밑에서 조금씩 끓고 있던 어떤 용암 같은 것이 터져나왔을 것이다. “기본 값이 남성”이었던 인터넷 세상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폭발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몇 십년동안 불법촬영과 개인의 성관계 영상이 유포되고 공유하던 사이트는 최근에서야 수사를 시작했지만 ‘쩍벌남’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즉각 수사에 돌입된다. ‘골뱅이’를 만들어준다는 온갖 강간용 약품들은 여전히 온갖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으며 집단 강간후기가 버젓이 공유되고 있지만 커피에 부동액을 탄다는 여성의 글은 바로 수사에 돌입된다. ‘미러링’은 당해보기 전까진 알 필요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평온하게 살던 나 같은 인간들에게 직효였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 뉘앙스가 가득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진정한 페미니즘" 감별사들이 넘쳐난다. 얼핏보면 우습지만, 어쨌든 사회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 과정 중에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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