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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Sep 19. 2016

고향에 다녀왔다.

그렇게 어떤 시간은 흘러가고 어떤 시간은 쌓여간다.



 명절에 할머니 집에서 친구가 보내준 선물세트를 구워 먹다가 문득 과거가 나에게 쏟아졌다. 돌이켜보면 어느 시점 이후론 명절 때의 즐거운 기억이라곤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차례상이 엎어지는 장면이라거나 친척들끼리 멱살잡이 하는 모습, 울면서 뛰쳐나가서 무작정 동네를 배회하던 어린 나, 내 불행에 천착해서 그냥 내가 죽어버리면 모든 게 편해질 것 같던 시기였다. 대전에서 지내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며 잘 견뎌냈지만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서울에 올라가냐”며 호통치던 아버지에게 “난 여기 있으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고 울면서 소리쳤다. 그리고 나는 ‘고향’을 떠났다. 


 어느 순간, 대전에 내려갈 때마다 보던 “대전”이라는 표지판에 더 이상 가슴이 답답해지지 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안정과 나름의 행복을 찾아갔다. 어린 나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단란한 저녁식사 장면을 동경하곤 했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무지개처럼 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행복이란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직 찾아오지 않은 불행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망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어떤 시간은 흘러가고 어떤 시간은 쌓여간다.


덧.

서울에 올라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여러모로 감사한 친구의 부모님께 매년 명절마다 전화로 안부인사를 해왔다. 나는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으로 한 거지만 친구는 고마웠다며 선물세트를 보내줬다. 강정평화상단(savejeju.net)에서 판매하는 흑돼지갈비세트인데 정육점 집안인 우리 가족 모두 감탄하면서 짱맛있게 먹었다.


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강정평화상단 홍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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