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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Jun 04. 2020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

인생을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나보다 더 우선시하다 보면, 필히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내가 관계로 인해 평정심을 잃는 순간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나를 향한 타인의 말 한마디나 반응 하나에 목을 매고, 내 감정이 그것을 따라 기쁨과 우울을 휙휙 넘나 들게 되는 때이다.


분명 10분 전에는 나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었는데,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나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되고 만다.

나는 한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되기도 하고, 한순간에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을 걷잡을 수 없다.

그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계가 나의 자존감의 원천이 되고, 관계가 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삶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없어져야 할 악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 자체는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닌, 중립적인 것이다.


관건은 그것에 내 마음이 얼마나 가있느냐다.

그리고 이것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관계의 중심이, 주체가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가족과의 관계이든, 친구와의 관계이든, 연인과의 관계이든 상관없이 주체는 나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관계로 인해 쌓아 올린 자존감은 언젠가 그 관계가 흔들릴 때 모조리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관계의 중심이 나라는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관계의 중심이기 때문에 관계를 한 손에 쥐고 쥐락펴락 하고, 상대방을 쩔쩔매게 만들고, 내게 반드시 상대방을 굴복시킬 만할 강한 주도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관계는 분명히 균형이 잘 맞는 시소처럼 평행이 잘 유지되면서, 서로 간의 상호적인 작용이 있고, 서로를 향한 배려가 필수적으로 녹아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잃어버릴 지경까지 되어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말라는 소리이다.


그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서, 그에게 예쁨 받기 위해서, 그리고 그와의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 휘둘리지 말라는 소리이다.

그의 말과 반응에 내가 기쁨의 춤을 췄다가, 절망을 하는 것을 반복하며 감정의 널뛰기를 하면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분명 상대방도 눈치를 챌 것이다.

그리고 관계의 주도권은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쩌면 자신이 우위에 있다 생각하며 나를 함부로 대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는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고, 어쩌면 그는 내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지금 당연하게 느끼고 있을 만큼 관계의 시작이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장단에 놀아나는 나의 반응이, 그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반복적인 내 행동을 통해 어쩌면 그런 못된 사실을 그에게 내가 가르쳐 준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 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에 나의 판단력이나 많은 사람과 다를 수 있고, 때때로 틀릴 수도 있다.

그리고 타인이 나를 향해하는 평가나 말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의 의견이 절대적이지 않고, 나도 절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나를 위할 줄 아는 건강한 마음은 분명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사랑하고 위할 줄 아는 그런 바람직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자존감의 원천은 나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말자.


내가 나의 모습에 만족할 때, 진정한 만족감을 느껴야 타인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할 때 나 스스로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믿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이 나의 편을 들어줄 때보다, 변함없이 나를 지지해 줄줄 아는 내가 나의 편을 들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내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 사람을 잃을까 봐 늘 불안해하게 되고, 그 사람이 떠나갈 때 다시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두발을 땅에 딛고 잘 섰을 때 누군가와 건강한 관계를 비로소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의 뿌리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관계라는 아름답고 튼튼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내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기뻐하기 때문에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나는 원래 쓸모 넘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데 오늘 하루 상대방에게 기쁨을 전해주게 되어 뿌듯함을 느끼는 상태.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나를 보호하며 상대를 향해 단호하게 반응할 줄 알게 되는 상태.

그런 단단한 상태가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 주겠지.


혹시라도 오늘 관계 속에서 상처 받고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울고 있는 이가 있다면, 먼저 상대방의 반응에서 눈을 돌려 본인의 다친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길 원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안고 계속 그것에 찔려 피를 흘리는 것보다, 그것을 놓아주고 나의 마음을 먼저 안고 어루만져주자.


자꾸 생각나서 괴롭겠지만, 기억 속에 진하게 남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다친 마음을 향해 건네는 스스로의 위로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위로를 한 후에는 속삭이자, 나는 그 사람의 반응과 상관없이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라고.

그 사람의 반응이 내 삶의 이유가 아니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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