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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Nov 26. 2020

가끔은 몇 마디 말보다

작고 사소하지만 오늘을 살아지게 만드는 것에 관해

때로는 가벼운 비언어적 표현 하나가 세상에서 치일 대로 치여서 갈 곳 없이 외로운 마음을 따스하게 밝혀주기도 한다.


어깨에 닿는 한 번의 토닥거림.

다 이해한다는 듯한 한 번의 눈짓.

뒤에 오는 이가 애쓰지 않아도 되도록 출입문을 잡아주는 모르는 이의 친절..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담긴 작고도 사소한 몸짓이 누군가를 미소 짓게 만들고 누군가가 오늘을 살고 싶다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흑심 하나 담기지 않고, 내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그 선한 마음에.


내가 길에 떨어뜨린 것을 마치 자기 물건처럼 소중히 여기며 주워주는 이를 만났을 때,

난처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선뜻 먼저 건네는 이를 만났을 때,

그리고 본인도 감정적으로 많이 지쳤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어깨에 따스한 손길로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었을 때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은 분명 그 날을 환히 밝힌다.


동시에 팍팍한 세상에 치여 치열하게 앞만 보며 살던 나를 조금은 부끄럽게 만든다.


나는 가끔 그런 친절의 기회를 오지랖 피우지 말자며 힐끗 보고 지나쳐버리고 말았기에.

사실은 내가 귀찮았고 내 시간과 내 것에 쏟아 붓기에도 모자란 힘을 아끼고자 도움이 필요한 이를 외면하고 말았기에.

내가 손을 한번 뻗었으면 표정이 어둡고 피곤해 보였던 그 사람의 하루가 조금은 밝아졌으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아주 사소한 하나의 내 몸짓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고, 누군가의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넘치지 않을까.


적당한 선을 그어놓고 나도 넘어가지 않고, 타인도 넘어오지 않길 바라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가끔씩은 이렇게 선을 넘어 친절한 이들의 진심에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고는 한다.

선을 정해놓고 그 누구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그 안에서 나 혼자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것이 대체로 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가 그 선 안으로 손을 뻗어 나를 향해 내밀어 주기를 내심 바랐기 때문이 아니려나.

‘내 일은 내 일이고, 네 일은 네 일이야’라며 당당하고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것도 분명 멋진 일이지만 말이다.


분명 말에는 힘이 있다.

좋은 말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아픈 말이 누군가를 죽이기도 한다.

그만큼의 무게가 실려있는 것이 말인데, 가끔은 그런 말 몇마디 보다 가벼운 것이 더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다.


때로는 가벼운 몸짓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보면 좋겠다.

나를 향해 누군가가 건넸던 그 친절한 손길을 기억하며.


그리고 따스한 손길로 나의 하루를 밝혀준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웃으며 살아냈으면 좋겠다.

사소하게 여겼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그 친절을 마음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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