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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r 20. 2021

내 인생이 그런 것처럼 타인의 삶도 단편적이지 않다

나는 종종 누군가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며 속단하기 좋아하는 편인 듯하다.

누군가의 행동, 말 한마디, 아니면 옷차림 같은 사소함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고는 했으니.


단순히 혈액형만 가지고 70억 인구를 정확히 4가지의 사람으로 나눌 수 없듯이, 내가 이미 낙인을 찍어버린 사람도 그러하다.

그도 한 실수 때문에 그저 ‘그런 사람’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게 억울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 사람이 했던 한가지의 말실수 때문에 그 사람이 단순히 경박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도 퍽 억울한 일인 듯하다.


편견이라는 것은 참 단단하다.

한번 무의식 중에 뿌리내리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한참이 걸리고 참으로 많은 노력도 필요하다.

생기는 것은 찰나의 순간만 요하는데 말이다.


나는 나의 단편적인 면만 보고 나를 판단하는 이들을 향해 더 다채롭고 복잡한 내 삶을 돌아봐주지 않는다고 이해심 없다 손가락질하면서 왜 나는 절대자라도 된 것처럼 타인을 향해 어떠한 선고를 내리고 두 번째 기회 정도는 쥐어주는 이해심을 펼치지 못하는 걸까.


내 삶만 입체적이고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하는 게 아니다.

내 옆에 있는 타인도 그러하다.


단순히 내가 그를 본 이 날 그가 최악의 날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나도 언젠가 최악의 날을 살아갈 때 그보다 더한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한 연예인이 예능에 나와 본인 어머니의 가르침을 알려주었다.

어린아이에게 손가락질하지 말아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에게 손가락질하지 말아라, 네가 걸어갈 길이라고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


언젠가 내가 그의 자리에 절대 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의 자리에 절대 머무르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여러 요소를 보며 한순간의 실수를 저지른 나를 관대하게 이해해주듯 나도 타인에게 그러해야지.

그래야 언젠가 내가 그의 자리에 처했을 때 나 스스로도 이해해주고 안아주는 법을 배울 테니.


나의 인생만 특별한 게 아니다.

그도, 그녀의 삶도 매우 특별하고 다채로운 것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얄팍한 이해심이라도 발휘해 그의 실수에 그를 죽일 것처럼 몰아붙이며 화내지 말고 그저 그럴 수 있지,라고 태연하게 지나가 보자.

미래에 언젠가 비슷한 곳에 서있을 수도 있는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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