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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ug 05. 2021

틀린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때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 그리고 4년의 대학생활.

그동안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이도 시험을 봤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수많은 시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터득하기보단 최대한 많은 정답을 맞히는 법을 배웠다.


정답 아니면 오답.

그나마 대학에 들어가 긴 주관식 답에 부분 점수를 받는 것 외엔 대체적으로 내 답은 정답 아니면 오답으로 갈렸다.

1점 아니면 0점.

겨우 1점 차이지만, 내 답에 대해 어떤 점수를 받는 것과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정답을 갈구하고 추구하게 되었고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단순히 학교 시험에서부터 인생까지 번져 나간 게 문제겠지만.


나는 항상 정답을 알기 원했고 실수를 두려워하곤 했다.

어렸을 적부터 탈선을 꿈꾸지 않았고 그냥저냥 평탄한 삶을 살아왔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잔잔하게 잡아놓은 인생의 균형을 잃는 걸 두려워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조심했는 것과는 상관없이 한순간 인생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고 난 후에야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인생에 정답이란 게 존재하나.


누군가 주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인생은 매뉴얼이 정해진 어느 육성 게임 같지 않다.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매일 같은 선택을 해도 사람에 따라 맞는 결과는 천지차이다.


그렇게 보자면 인생에는 정해진 정답 따위는 없다.

또 오답도 없다.


나는 쉬지 않고 공부를 해서 스물셋의 어린 나이에 졸업해 바로 취직을 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전공을 세 번이나 바꾸며 방황을 했고 결국 스물일곱의 나이에 졸업을 했다.

나는 직장에서 2년을 못 버티고 도망 나왔고 아직까지도 방황 중이다.

위의 친구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겨우 첫 직장을 잡았고 지금까지도 만족하며 꾸준히 다니는 중이다.


스물셋의 우리 둘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대다수의 이들은 내 인생이 정답이 아닐까,라고 보지 않았을까.

실제로 옛날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말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지나 서른에 다다른 나이가 되어보니, 자신이 원하는 걸 깨닫기 위해 이른 나이에 방황했던 친구의 방식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정답 아니면 오답이라는 이분법적인 공식으로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또 흘러 우리가 마흔이 됐을 때 인생이 어느 모양으로 바뀌어 있을지는 모르는 노릇이다.

이대로 쭉 변함없이 흐를 수도 있고 변수를 맞닥뜨려 인생이 아예 통째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고.

또 시간이 흘러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내뱉게 될 때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성공한 인생처럼 보이고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친구가 성공한 인생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러니 정답인 인생도, 오답인 인생도 없다.

그저 특별하고 유일한 당신의 인생이 있을 뿐.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 없다.

정답을 벗어났다고, 남들이 다 걸어가는 길을 걷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 없다.

지금의 축복이 영영 축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지금의 저주가 영영 저주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니.


마치 스물셋의 내가 졸업 직후 취직했던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였으나 결국 계속 쌓이는 스트레스에 건강을 잃고 직장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처럼 말이다.

또 그 후유증 때문에 몇 년 동안 마음에 병을 갖고 산 것처럼.

그러나 저주였다 생각한 이 상처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축복이라 생각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엎치락뒤치락.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다.

지금 당장 정답처럼 보이는 것이 어쩌면 미래에 내가 뼈저리게 후회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절망하며 택한 이 길이 내게 나중에 큰 행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잘못된 길에 접어든 것 같아 보여도 이게 오답이라 단정 짓지 말자.

애초에 인생을 논할 때 정답과 오답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끝이 보이지 않은 절망만 곁에 있는 것 같아도 분명 반전이 생기는 날은 온다.

그게 설령 로또에 맞는 것과 같은 그런 큰 반전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불행만 가득한 것 같은 내게 벅찬 행운이 다가오는 순간도 온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자.

조금 돌아가도 맞는 목적지로 나아가면 그만인 것이니 너무 자책하지도 말자.

과거에 해 온 모든 선택이 당시의 최선이었을 테니 후회는 그만.

또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지혜롭고 조심스러운 내가 존재함을 기억하자.

분명 이 오답이라 생각되는 선택이 인생에 흔적을 남긴 이유를 언젠가는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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