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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Oct 20. 2021

수많은 타인들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내 마음의 소리보다 타인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릴 때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말인즉슨, 내 마음을 돌보는 것보다 내 인생 속 손님일 뿐인 타인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니.


타인의 의견을 더 우선시한다는 것은 내 마음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이미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병들어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타인으로부터 들은 어떤 말은 나라는 필터를 거쳐 결론에 다다라야 한다.

내 주관이 어떠냐에 따라 그의 말이 비추는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이 나를 향해 ‘너는 옷이 그게 뭐야?’라고 지적했을 때, 만약 그의 말을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투영한다면 나는 그 순간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며 당장이라도 도망가서 옷을 벗어던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것이다.

내가 그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뿐만이 아니라 그날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옷장 앞에서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했던 나의 노력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순간 쪼그라든다면 나는 옷을 고심해서 고른 내 의견을 무시하고서 타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둔 것이다.


순간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위축될 수도 있다.

나는 부족하고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니까.

하지만 타인의 의견을 마음속에 말뚝 박아버리고 내 의견을 뽑아 내던져버리는 건 내 책임이다.


나라는 아주 촘촘하고 섬세한 필터가 늘 내 마음속에 필요하다.

타인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말이 나라는 필터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무작정 받아들여 나 자신을 상처 입힐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듣고 ‘난 이 옷이 좋은데.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해’라고 그의 말을 내 마음에 다르게 비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말을 그대로 내 마음속에 투과해 그의 말을 따라 나 자신을 폄하하거나 혐오하지 않도록.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세상에는 수많은 타인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의견은 아주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허름해 보이는 옷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구제 옷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처럼

제 눈에 안경이라 했던가.


이 세상에 약 70억 인구가 있는데 그 70억 모두 다 다르고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또 그만큼 다른 취향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모든 이들의 장단에 맞추어 모든 이들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만큼의 수에 부합하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는 분명 충돌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호탕하게 웃는 걸 경박하다 느낄 수 있으나, 누군가는 그 웃음을 보며 참 밝고 매력적이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타인의 평가가 내가 느끼는 것보다 우선이 됐다면, 조금 한숨을 돌리면서 돌아볼 차례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변하거나 잘못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지금 어떻게 하면 날 우선시 여겨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

내가 생각하는 바, 내가 느끼는 바를 그가 납득할 만큼 잘 표현할지 못할지라도 그냥 속으로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나다’라는 건강한 생각을 가질 수 있길.


타인들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내 마음의 소리를 모두 무시할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타인의 의견을 나라는 필터를 거쳐 받아들이도록 하자.

타인의 의견도 분명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그게 최우선시돼버리면 그만큼 불행하고 힘든 게 없다.


내가 즐거운 거,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사랑하는 것.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주눅 들 이유가 무엇이며 아무 생각 없이 뱉었을 그의 한마디에 내가 사랑하는 걸 포기할 이유는 뭘까?

오히려 겨우 말 한마디에 날 포기하고 감추어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더더욱 불행하지 않을까.


나는 나대로, 내가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는 대로.

그는 그가 생각하고 좋아하는 대로.

모두가 서로를 인정해주면 참 좋을 테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 타인들의 시끄러운 평가 속에 길을 잃게 됐을 땐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자.

내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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