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끗 Dec 21. 2021

내게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주기

혼자만의 다짐

연말을 맞이하며 새해에는 무엇을 지킬까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매년 시작 때마다 새로이 지킬 무언가를 다짐하고는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너무나 일정한 일상에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안 그러면 새해도 아무런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가 되어버려서.


다가올 2022년을 위해 다짐한 게 하나 있다.

내게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기.

처음에는 ‘주기’라는 말 대신 ‘베풀기’라고 썼다가 지웠다.

개인적으로 베푼다는 말은 동등한 위치가 아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할 때 하는 것처럼 들려서다.


근 몇 년간 나는 사람이 간절했었다.

좋은 사람,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내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걸 퍼주며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미적지근하게 대했다.

하지만 내가 친해지고 싶다 생각한 사람들은 급하게 관계를 진전시키기 원하는 날 부담스러워하며 선을 그었다.

그래서 꽤 상처를 받았고 나는 관계를 향한 마음을 아예 닫아버렸었다.

내 성격이 이상한 것 같아, 라는 결론을 내리며.


하지만 위처럼 관계를 대할수록 나는 사람의 급을 나눴고, 차별해서 사람을 대했었다.

내가 배울게 많은 사람, 내게 도움이 될 사람으로만 사람들의 이용가치를 판단했다.

‘나와 친해질 만한 사람’이라 분류된 사람들에게는 절절맸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꽤 재미없게 대했었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과 관계를 향한 간절함 때문에 나오는 어색한 모습들에 어떤 사람들은 환멸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리 연기를 해도 진심은 결국 티 나는 법이니까 말이다.


고독 속에 시간을 보내고 보니 나는 드러내 놓고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기꾼은 아니어도, 어쩌면 나는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사람의 이용가치를 환산하지 않았다 뿐이지, 나는 개개인을 향해 이용가치를 매기고 그것에 따라 관계를 맺기를 원했기에.

내게 필요 없는 사람이면 관심을 두지 않고 내게 간절한 사람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관계에 담긴 마음의 출발은 어쩌면 사기꾼의 것과 결이 같았던 것 같다.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관계를 바라보려 한다.

흘러가듯 내게 찾아온 인연도 소중하게 대하기로.

모든 이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보기로.

가장 중요하게는, 필요한 이들에게 내가 먼저 손 내밀어보기로.


내가 지독한 고독감을 겪어 봤기에 필요를 느끼는 이들을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이들에게 손을 더 내밀고 싶다.

내게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싶다.

내게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 안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싶다.

모든 인연이 소중함을, 모든 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싶다.


먼저 대접받기를 기다리며 목을 빳빳이 세우고 자존심을 지키는 게 아니라, 먼저 누군가를 대접해주고 싶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관계의 가치를 다른 이들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관계의 가치를 듬뿍 느끼며 행복에 젖고 싶다.

좋은 에너지를 누군가로부터 얻기 위해 관계를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가득 담은 좋은 에너지를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

다가올 2022년은, 서른의 해는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듯이, 내가 먼저 누군가를 이해하고 감싸줄 줄 알게 되는 한해되길.

내가 받기를 바라지 않고 주는 걸 즐거워하게 되기를.

다가올 새해를 맞으며 한번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오랜 시간을 두고 심으려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