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대한 심심한 고찰

약 3년간 무작정 써내려 온, 아니 사실 무작정 뱉어왔던 글들을 읽으며 느끼는 건 나도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어떤 글에서는 지금보단 어렸던 나의 오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을 다 안을 수 있고 모두를 위로할 수 있다는 오만함.

그리고 고작 20대까지 겪었던 아픔이 세상 모두의 아픔을 어우를 수 있을 정도라고 믿는 어리석음.

모든 걸 다 안다는 그런 기만.

단순히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따스한 글을 적고자, 더 나아가 우울증에 잠식되어 있던 과거의 나처럼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것 같을 이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보고자 써내리기 시작했던 글.

하나하나 정성스레 내 진심을 묵직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글들은 지금에서야 읽어보니 허세가 잔뜩 묻어서 가볍기 짝이 없다.

어떤 부분은 꼰대가 하는 말에 가깝기도 하고.

분명히 그 당시의 진심에는 거짓이 섞이지 않았었는데, 왜 내 글은 이 모양으로 남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서 프로필에 적혀있던 소개글을 수정했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글을 적겠다는 다짐을 그냥 일기라고 바꿔버렸다.

그냥…. 내 글의 성격이 거창한 의미가 담긴 위로라기 보단 가볍고 일상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일기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런 용도로 이곳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깨달음이 내일에 적합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의 생각은 많이 변해왔고, 그런 부분이 담긴 글은 나만의 추억거리로 비공개 처리했다.

글 속의 나는 변하기도 했고, 또 제자리걸음을 반복적으로 내딛고 있기도 하다.

아, 부족한 필력도 제자리걸음 중.

누군가에게 위로를 던지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얻은 깨달음에 대해 적어 내려가고 있는 글은 일기라 칭하는 게 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그를 있는 힘껏 안아주었으면, 하는 진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 오해 없이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닿으리라 막연하게 믿고 있다.

설령 그게 모두가 아닐지라도.

계속 글을 적는 손에 사랑과 진심을 담는다면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라도 닿지 않을까.

삶의 무게로 인해 괴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겠다는 목적만 가지고 무작정 시작했던 글쓰기가 이렇게 변해왔음을 새삼 느낀다.

몇 년 뒤의 나는 그때까지 써 내린 스스로의 글을 보며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그냥 적어도 내 글을 읽으며 당시의 내 글을 읽었던 이들을 향한 미안함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깊은 생각을 신중하게 타인에게 공유했던 나를 자랑스레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