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글쓰기
오늘의 첫문장
김애란의 소설 <바깥은 여름> 중에서...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
12시 넘은 시각. 갑자기 아내가 나를 깨웠다.
"자기, 나 도저히 못 참겠어. 이 방엔 한시도 더 있기 싫어. 방을 바꾸던지 아니면 벽에 붙은 저 벽지라도 바꾸든지 해야겠어."
정적을 깬 아내의 한마디.
"알겠어..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으니까 오늘은 거실에서 자고 낼 다시 생각해보자. 어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 안에선 너무 답답해서 숨이 잘 안 쉬어져..."
"응 알겠어 자기야, 내가 이부자리 펴놓을 테니까 잠깐 기다려."
"... 응"
이불과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오면서 시계를 언 듯 보니 새벽 2:42분 너무 늦은 새벽도, 너무 이른 아침도 아닌 시간이었다.
얼른 거실에 잠자리를 마련해두고 아내를 부르러 방으로 돌아가니 우두커니 벽을 쳐다보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자기, 얼른 나가자"
"응... 알겠어.."
어딘가 공허해진 목소리와 멍한 표정으로 아내가 따라 나왔다.
아내는 힘 없이 누우며 마치 어떤 방공호 속에서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찾듯,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런 아내에게 이불을 최대한 다 덮어주고 나도 돌아누웠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에 있던 세상 무엇보다 아내와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이번 주에는 그 흔적만이 보일 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아내는 그 흔적과 잔상에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오늘 새벽은 길고도 긴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