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문을 열고 잠깐 멈춰선다.
휴대폰을 켜고 오늘의 기온을 확인한다.
지구온난화 탓인지 변덕스러운 날씨에
오늘도 내일도 종잡을 수가 없어서
이게 내 아침의 루틴이 되었다.
오늘은 조금 얇은 외투를 집어든다.
그래도 4월은 완연한 봄인지,
패딩과 반소매가 섞여있던 옷걸이들 속에서
이제는 겨울 옷들을 제법 정리하고 있다.
무겁고 두꺼운 옷가지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행위만은 아닌 듯하다.
겨우내 몸을 감싸고 있던 무게만큼,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내려앉아 있던 묵직함도
함께 덜어내는 기분이 든다.
가벼워진 옷을 걸치고 문밖을 나서는 날은
확실히 몸놀림이 다르다.
소매 끝에 스며든 봄바람의 감촉은 새삼스럽고,
겨우 이게 뭐라고
마음까지 덩달아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은 참 묘하다.
크고 대단한 자유는 아닐지라도,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이런 소소한 해방감은
잔잔한 기쁨을 준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가의 작은 풀과 꽃,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뭇잎의 연한 빛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한결 밝아진 표정까지.
몸이 가벼워지니 시선도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마음의 여유도 한 뼘쯤 더 생겨나는 걸까.
움츠렸던 마음이 기지개를 켜듯,
세상을 향해 조금 나를 열어둔다.
옷차림 하나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작은 기대감을 마음속에 꽃 피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솟기도 하고,
잊고 있던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물론 해결해야 할 일들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 계절이 주는 산뜻함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4월은 충분히 고마운 계절이다.
두꺼운 외투를 벗듯,
마음속의 불필요한 걱정이나 무거운 생각들도
잠시 잊어보기로 한다.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 따스한 봄날을 조금 더 온전히 느끼고 싶다.
오늘은 정말, 햇살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