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by 끝의 시작

어렸을 때 TV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TV를 켜지 않게 된다.

어른이 되면 컴퓨터게임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뭐라 잔소리하는 이가 없어도 거리를 둔다.

아이스크림은 얼마나 맛있었나, 나는 맥도날드에서 맥플러리 처음 먹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는 밤늦게까지 TV를 보든, 게임을 하든, 아이스크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먹든,

누구도 나를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을 정도로 어른이 되었는데 다 별로 재미가 없다.

그토록 바라던 것들이 너무 손 가까이 놓여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즐겁다는 것은 아쉬움을 조금 곁들일 때 더 달콤한 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잔을 가득 채운 상태보다는 조금 모자라지만 그 찰랑거림을 즐길 수 있을 때

그 목 넘김도 또렷해지는 것 아니겠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삼시세끼 계속 내어준다면 금세 익숙해지고,

그 맛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귀함이 있어야 소중함도 안다.

왜, 선조도 피난길에는 묵어더러 은어라 해놓고 나중에 도루묵 하라했다지 않나.


몰디브의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거기 살게 해준다하면 고민이 된다.

친구들과 술자리는 즐거웠지만, 적당히 집으로 도망가고 싶다.


아쉬움이란,

좋고 즐거운 것 사이에 살짝 묻어있는

지나고 나면 느껴지는 옅은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더 그 순간을 더 깊게 느끼고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아쉬움은 다음의 즐거움을 기다리는 불씨가 되어줄 터이니,

삶의 길에서 만나는 작은 아쉬움을 너무 서운하게 보지 않아야겠다.

그것은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이자, 그 기억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일 테니까.

오히려 그 아쉬움 덕분에, 밋밋하지 않고 입체적인 추억을 갖게 될 테니까.

마치 손가락 사이로 흘러들어 간 달콤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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