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by 끝의 시작

길을 걷다 어디선가 생선 굽는 냄새가 나면

문득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린다.

밥상머리에서 슬금슬금 도망치던 시절.


그때는 생선이 참 싫었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하나하나 가시를 골라내야 하는 것까지

영 번거롭게 느껴졌다.


엄마가 정성으로 살을 발라 밥 위에 올려줘도

나는 젓가락을 슬쩍 다른 반찬으로 옮기곤 했다.

달콤 짭짤한 장조림이나 포근한 계란찜이

훨씬 더 맛있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입맛도, 생각도, 취향도

같이 흘러흘러 조금씩 변해간다.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밥상에 생선이 오르기를

은근히 기다리게 되었다.


담백하게 구운 흰 살 생선의 고소함,

짭짤하게 조려진 갈치의 부드러운 속살,

얼큰한 동태찌개의 시원한 국물까지.

어릴 때는 전혀 몰랐던 맛의 즐거움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귀찮아했던 가시 바르는 일도

이제는 제법 익숙하고,

오히려 가만히 앉아 살을 발라내는 그 시간을

나쁘지 않게 즐기기도 한다.

잠시 다른 생각을 잊고 집중하는 그런 느낌으로.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어릴 땐 쓰다고 질색하던 음식 중에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된 것이 있고,

시끌벅적한 곳을 찾아다니던 내가

어느덧 조용한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음악이나 책들도

어느 날 문득 편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꼰대라고 생각했던 어른들 말씀도

시간이 흘러 곱씹어보니 이유가 있었지 싶다.


어하고 멀리했던 것들이

세월이 지나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마주칠 때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의

그 안의 진짜 가치를

차츰 발견해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어하던 것을 새롭게 마주하는 변화를 겪으며,

세상과 스스로를 조금 더 너그럽고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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