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닫힌다.
짧은 순간 공기의 냄새도 달라짐을 느낀다.
하얀 형광등 대신 저물어가는 주홍빛 하늘을 맞이한다.
살갗을 스치는 찬 바람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깨우고,
오늘 하루 어깨에 올라탔던 무언가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기분.
수화기 너머 목소리들과 메신저의 알림음 소리도
서서히 희미해져간다.
집으로 향하는 나는
매일 같은 신발에 같은 보폭이지만
구두굽 소리가 가벼운 날도,
왠지 모르게 더 둔탁한 날도.
그래도 목적지는 언제나 같다.
나의 작은 집
철컥, 소리와 함께 현관 문이 닫힌다.
낯익은 어둠과 익숙한 이 집의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공간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어느 날은 가지런하기도, 어느 날은 흐트러지기도 한
벗어놓은 신발이 오늘의 내 하루를 집에게 귀띔한다.
데워지지 않은 거실바닥의 냉기가 전달될 때,
비로소 하루가 온전히 끝났음을 실감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거실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소파에 풀썩 쓰러지듯 기대앉아
괜히 보지도 않을 TV를 켜고 방안을 소리로 채운다.
창밖에 켜진 나와 같을 수많은 불빛들을 보며
오토바이 소리 하나가 희미하게 지나갈 때
오늘 내게 다녀간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훅 하고 다가왔다가 다시 흩어진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소박하게 마시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을 삼는다.
내일 뜨는 태양도 피로감을 느낄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직은 고요함 속에서 나는 평온하다.
점점 깊어지고,
세상의 소음도 더욱 아득해질 때
그래도 오늘에 대한 감사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조용히 나의 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