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어지는 밤
일을 하다 늦게 자야하는 날, 그가 먼저 잠에 들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잠결에 인기척을 느꼈는지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팔을 잡고 다시 잔다. 그의 손바닥이 닿은 내 팔이 따뜻하다. 포옹을 하고, 손을 잡고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뛰는 경험. 내 곁에 가족이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그는 내가 선택한 유일한 가족이다. 오늘 파인만의 첫사랑 이야기를 유투브에서 보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고 2년 뒤 쓴 그의 편지와 그가 결국 "physics is not the most important thing, love is." 라는 말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보며 그래 결국 사랑이구나 했다. 늦게 결혼을 했더니 85세까지 살아야 그와 겨우 47년 함께 산다. 우리가 당장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는 나와 사십년 남짓 함께 산다. 그 세월은 내가 지금, 우리부모님과 함께한 그 만큼밖에 안된다. 이 가정을 나는 그 만큼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세상에 미련을 남기는 일과 같다. 결혼을 했더니 오래 살고 싶어지고, 부자가 되고 싶어진다. 이 사람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함께 하려면 건강해야하고 조금은 풍족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삶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욕심이 생긴다. 그만큼 질척거리겠지만 그 마음이 또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겠지.
그가 깰까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귀찮은지 돌아 눕는 그의 등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열심히 벌어서 너를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 건강하게 내 몸을 살펴서 너와 함께 좋은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겠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내가 선택한 유일한, 나의 가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