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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빛 Feb 05. 2024

임신을 선택할 수 있을까?

임신도 선택이고 싶은 나이

2023년 서른 여덟에 결혼을 하고, 이제 서른 아홉이 됐다.

스물 아홉도 서른도, 나에게는 흘러가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걱정없이 흘러가던 시간이 서른 일곱에서 멈칫했다가, 서른 여덟 아홉에서 막혔다. 서른 일곱이었던 2022년은 코로나의 한가운데였다. 그 즈음부터였다. 내 나이에, 내 건강에 귀기울이게 된 것은.


'사랑'이라고 감히 이름 붙일 수 있었던, 헤어진 후 처음으로 '시'라는 걸 쓰고 싶어졌던 그와 이별 후 나는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 초음파 검사를 그 때 처음 해봤다. 서른이 넘기도 했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나니 도리어 내 성이, 나의 자궁에 괜시리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그 때 만난 의사의 말과 간호사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맺혀있다. 


 - 근종이 있네요. 4센치 정도 되는데, 모르셨어요? 여기서 수술 하실 건가요? 

 - 꼭 수술해야 하나요? 저 아직 미혼이고, 결혼 계획도 없는데..

 - 안좋은 혹 갖고 있으면 뭐해요. 금방이에요. 


첫 초음파였는데, 근종이라니. 게다가 수술을 해야한다니. 내 속에 피가 모두 빠져나간 것처럼 내 몸이 순간 차갑게 질렸다. 그런데 별일이 아니라니. 일단은 시간을 두고 가족들과 의논해보겠다고 한 뒤 병원을 나섰다.


그 뒤로 길어진 미혼 기간동안 나는 늘 마음 한켠에 근종에 대한 걱정을 갖고 있었다. 중간에 6센치로 커진 이 아이 때문에 약 3년간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8센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결국 새해에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슴 통증은 어느날 갑자기 느껴졌다. 생리 기간 중에는 통증이 종종 있었는데, 이건 달랐다. 무겁고 부푼 느낌이 아니라 찌릿찌릿하면서도 불쾌하게 아픈 느낌. 


코로나 백신에 대한 뜬소문들이 많던 시기였다. 특히 여성에게 안좋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하필이면 내 주변에 유방암 환자가 두명이나 생겼다. 생리 주기마다 가슴은 점점 아파왔고 결국 나는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결과 의심이 가는 녀석들이 있어서 맘모톰으로 조직검사도 했다. 결과는 섬유선종으로 악성은 아니었다. 대신 6개월에 한번 추적검사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2021년 말부터는 유방외과도 다니게 되었다. 1년에 2번은 산부인과를, 2번은 유방외과를 간다. 초음파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는다. 갈 때 마다 늘 마음을 졸인다. 도무지 익숙해 지지를 않는다. 나는 결혼 전 미혼 기간의 2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병원을 다니면서 알고 있긴 했다. 임신과 출산이 나에게는 그리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사실은 주변 사람들 몰래 인터넷에 근종이 임신에 영향이 있는지 검색도 많이 해봤다. 수술을 하고 나서 임신을 한 경험담을 읽어 보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긍정적인 글들이 많았고, 내 주변에도 근종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른 다섯, 여섯까지는 나이를 먹는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갱년기가 올 때까지는 쭉 그럴 줄 알았는데 서른 일곱에 여성 질환 관련 병원을 다니면서 부터는 매년이 새롭다. 내 몸의 변화를 더 예민하게 관찰하게 된다. 임신과 출산이 나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의 나는 순리대로 살아가려 한다. 임신도, 출산도 모두 나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 옛날 삼신할매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서른 아홉의 나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의 건강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내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술을 줄였고, 때로는 운동을 한다. 거의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먹으려 노력한다. 2024년에는 조금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봐야겠다는 의지로 가슴의 통증을 다스린다. 잠 못드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본다. 


이제야 나는 가정을 꾸릴 마음이 생겼다. 이 사람과는 아이를 낳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 조금 더 나의 의지로 건강하게 생활해야겠다. 어릴 때 나는 참 방탕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하지 않았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며칠 내내 마시기도 했다. 밤마다 혼술하는 것이 멋인 줄만 알았고 몇달 고생하고 이루어낸 다이어트의 성취가 모두 내 의지로만 된 줄 알았다. 


그 모든 젊은 날의 패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덕분에 여기저기 고장나고 아픈 삼십대의 내가 그나마 빨리! 건강에 관심을 갖고 욕심을 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흔이 내일 모레다. 사십대의 조금 더 건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해서, 가능하다면 이제서야 욕심이 조금 생긴 사랑하는 사람과 닮은 아이를 마주하기 위해서 나이를 거스를 노력을 시작해야겠다.


부디 임신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나의 마지막 삼십대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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