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름

by Hache

비가 많이 온 새벽 공원은 좀 더 어둠이 짙어 보여.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어 긴 우산을 괜스레 꽉 쥐고 두려움이 없는 척 걸어본다. 시원한 새벽 공기, 입추가 지난 8월 여름의 끝자락. 이번 가을은 또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 놓으려나, 어지럽고 어린 마음은 또 얼마나 쓰리려나.


돌봐줄 이 없는.

벼랑 끝을 생각하는.

홀로 감내해야 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니, 속하지 않는.

도려내어도 또 차올라 다시금 아픈.

아닌 척 그래도 살아내는.


여전히 밝은 창문들. 이 밤 홀로, 어쩌면 나와 같은 이방인들이 같은 하늘 아래 각자의 힘듦과 아픔을 견뎌내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나만 힘든 건 아니겠지, 비겁한 생각이다.


힘들거라 걱정 하지만 그들에겐 각자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있으니깐. 거칠게 살아내야 하는 건, 쉬지 않고 뛰어야 하는 건, 고독과 공허를 직면하는 건 너 하나일 뿐.


감정 사치 부리지 마. 어쨌건 살아 내. 아플 필요 없어, 걱정할 필요도. 어차피 쭉 사잇길을 지나고 있을 뿐. 넘겨보는 것들은 네 것이 아냐. 착각하면 곤란해. 지나가고 나면 늘 그랬듯 넌 그냥 순간의 바람일 뿐.


그래도 계속 욕심이 자라나면 또 글을 쓰도록 해. 음울하고 밝은 클래식을 틀어놔. 비어있는 그곳을 너로 가득 채우는 상상을 해. 아침에 조그만 창문 한 구석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옅게 드리우는 햇살을 봐. 조금은 그래도 너의 세상도 나름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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