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

by Hache

이른 잠이 들었다 일어났다. 늦은 퇴근 후 늦게 먹은 저녁식사가 채 소화되기 전에 누워서 그런지 속이 좋지 않다.


늦었지만 샤워를 하고 바닥에 누웠다. 더워서 활짝 열어놓은 창밖엔 여전한 도시의 소음이 가득하다. 각종 팬이 돌아가는 소리, 새벽에 출발하는 대형 운반 트럭의 소리, 간혹 지나가는 오토바이들. 대부분이 잠든 시간이지만 ‘솨’하는 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 밤중에도 삭막한 도시는 스스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지겹다. 소리가 지겹다. 별로 좋은 소리도 아닌데 종일, 24시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멀리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약간은 위안이 된다.


좋은 사람들은 떠나간다. 좋은 사람들은 현실의 무게 앞에 나쁜 사람이 되어간다. 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을 등지게 된다. 나쁜 사람들만이 끝끝내 모여 속마음 다른 웃음을 나눈다.


여름에 바닥에 눕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더위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속에 있는 불은 결국 꺼지지도, 날 집어삼킬 듯 커지지도 않고 그냥 대충 처음에 있던 그 크기 그대로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좋은 사람이 되긴 글렀다.


생의 외통수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요즘이 그렇다. 한 가지 요령이 생겼는데, 이럴 때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다. 불안함을 견뎌낸다. 그러면 또 괜찮은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침에 후회하지 않게 지금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6년째 쓰고 있는 고장도 안나는 아이폰 덕분에 머릿속이 복잡한 날이면 일기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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